'꼬리가 몸통을 뒤흔든다.' 주가지수의 파생상품인 지수선물이 주가를 들었다 놨다하며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지수선물의 등락에 따라 시장베이시스가 변동하고 이에 따라 프로그램 매매가 편중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것. 증시는 당분간 이 같은 '꼬리'의 놀림에 따라 박스권의 상단부와 하단부를 오갈 전망이다. 수급과 심리가 불안정한 가운에 프로그램 매매를 뛰어넘을 매수주체나 모멘텀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종합지수 850선을 축으로 한 대응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 프로그램 매매 역시 일정한 방향성을 드러내지 않고 있어 추세를 만들기는 어려워 보인다. 제한된 범위 내에서의 변동성 확대가 예상된다는 얘기다. 수출, 내구재주문 등 월 말과 월 초를 거쳐 국내외에서 발표되는 경제지표에 주목하면서 단기적으로는 외국인의 선물시장 매매패턴과 시장베이시스 움직임 등에 따라 대응하는 전략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 프로그램, 양날의 칼 = 프로그램 매매의 영향력 확대는 새로운 화두가 아니다. 매달 찾아오는 파생상품 만기를 전후로 변동성 확대를 유도하는가 하면 지수관련주가 일제히 오르거나 내릴 경우 주요인으로 몰리기도 한다. 최근 프로그램 매매는 일정한 방향성을 갖기보다는 하루하루 급변동하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2,000억원에 가까운 프로그램 매수가 유입되며 종합지수를 25포인트 이상 끌어올리더니 23일에는 4,200억원이 넘는 프로그램 매도가 지수를 제자리로 돌려놨다. 외국인이 지수선물시장에서 투기적인 매매로 일관한 데 따른 것이다. 외국인은 최근 지수선물을 3,000계약 이상 순매수한 다음날에는 대부분 3,000계약 이상의 매도우위를 나타내며 급등락을 통한 단기 차익실현에 주력하고 있다. 또 모멘텀 공백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점도 프로그램 매매가 활개를 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시장을 이끌만한 모멘텀이 제공되지 않고 뚜렷한 매수주체가 없는 상황에서 집중적으로 출회되는 프로그램 매매를 소화하거나 제어할 만한 에너지가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날 프로그램 매매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시장베이시스는 마이너스 0.19로 거래를 마쳤다. 프로그램 매수 유입보다는 매도 출회 가능성이 다소 높아진 셈이다. 그러나 매수차익잔고가 지난달 16일 이래 한 달여만에 처음으로 8,000억원대로 낮아져 기관의 매수여력을 자극하고 있다. 선물시장에서 벌어지는 외국인과 기관의 '수싸움'과 개인의 참여 여부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 경기모멘텀 확인 필요 = 증시가 언제쯤 박스권을 탈피할 수 있을까. 중장기 증시전망을 긍정적으로 봤을 때 조정 시 매수 관점은 유효하다. 다만 기간조정이 생각보다 길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어 선뜻 매수주문이 나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본격적인 조정 국면에 진입한 5월 이후의 증시가 빠르게 상승 추세로 복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1/4분기 국내 대표 기업들의 실적이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고 국내총생산도 예상을 크게 뛰어넘게 집계됐지만 IT를 중심으로 한 세계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달 들어 지난 20일까지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1% 증가하는 등 수출회복이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긍정적이나 환율 급락 영향으로 모멘텀으로써의 기대치를 다소 낮춰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목요일 뉴욕에서는 지난 4월 내구재주문과 지난주 실업수당청구건수가 발표된다. 내구재주문이 지난주 기대치를 큰 폭으로 상회하며 상승모멘텀을 제공했던 소매판매를 뒷받침하는 수준으로 나올 경우 테러우려를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관계자들은 지난 3월 0.6% 감소했던 내구재주문이 0.5% 가량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주 실업수당청구자수는 소폭 감소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바닥을 형성하고 있는 뉴욕증시가 긍정적인 내구재주문과 금요일 상향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난 1/4분기 국내총생산 잠정치를 타고 더블딥(double dip) 우려를 씻어낼 수 있을 지 관심이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