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하향 추세'를 확인하며 이틀째 하락했다. 15개월중 최저치 경신도 전날에 이어진 셈. 달러/엔 환율이 대체로 124.20엔대의 정체장세를 연출하고 수급상황도 한쪽으로 크게 기울지 않아 장중 등락은 무기력하게 이뤄졌다. 개입 경계감과 하향 추세의 팽팽한 기싸움이 시종일관 시장을 지배했다. 시장 참가자들도 최근 급등락의 분위기에서 '한 박자 쉬어가자'는 심정적 동의를 이뤘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전날보다 1.10원 내린 1,246.10원에 마감했다. 장중 고점은 개장가인 1,250.00원이며 저점은 1,245.80원으로 환율 변동폭은 4.20원을 기록했다. 전날 일본 외환당국의 개입 여파로 오전중 상승세를 보인 환율은 점증하는 물량부담에 못이겨 점차 하락 궤도를 그렸다. ◆ 달러약세 추세 속 개입경계감 = 달러 약세 추세는 지속되고 있으나 일본 외환당국의 재개입에 대한 우려가 상존하고 있는 점이 부담이 되고 있다. 달러/엔 움직임에 여전히 촉각을 세운 가운데 물량 부담을 감안하면 아래쪽으로 열린 흐름이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일본 당국에 대한 경계감이 있었으나 전자, 중공업 업체 등의 공급물량이 꾸준히 나와 물량부담이 있었다"며 "오전중 상승 흐름은 달러를 되팔기 위한 단가조정용 매수세가 있었던 탓"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전히 달러/엔에 눈치를 봐야 하는 가운데 뉴욕장에서 일본은행(BOJ)의 개입여부가 관심사다"며 "하락이 자연스런 흐름에서 개입 경계감을 가진 상태가 내일도 지속돼 달러/엔이 현 수준이면 1,245∼1,250원, 넓게는 1,240∼1,250원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개장할 때 달러매도초과(숏)느낌이라 1,250원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봤으나 예상외로 수출업체 네고물량이 꽤 나와 공급이 앞섰다"며 "달러/엔도 어제 개입여파로 동정을 살피기에 바빠 124.10∼124.40엔에 묶여 달러/원에 자극을 주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테러위협으로 달러를 살만한 분위기가 안 돼 달러/엔도 개입이 없다면 전 저점인 123.50엔을 향해 눈치를 보면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며 "다음주 월말장세로 본격 돌입하는 것을 예상하면 고점 매도를 견지하는 것이 맞고 달러/엔 반등이 없으면 1,250원은 버거운 레벨이고 1,240원 쪽의 아래쪽에 힘이 실린다"고 예상했다. ◆ 달러/엔 환율은 전날 급등락 휴유증으로 몸을 사린 채 보합권에서 등락했다. 전날 일본 외환당국 개입으로 125엔대까지 올라섰다가 뉴욕에서 124.21엔을 반락한 달러/엔은 이날 일본정부의 구두개입이 있었지만 추가 반등은 제한됐다. 달러/엔은 오후 4시 55분 현재 124.27엔을 기록중이다. 당국의 개입 경계감이 있으나 미국의 테러위협 등으로 달러를 사자는 분위기는 형성되지 않고 있다. 일본 재무성은 이날 4월 무역수지가 수입 증가로 예상보다 준 7,767억엔(계절조정치)을 기록했다고 발표, 엔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했으나 시장은 별다른 반응은 없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15억원의 매도우위인 반면, 코스닥시장에서는 73억원의 매수우위를 기록했다. 사흘만에 매수가 앞섰으나 시장의 관심권 밖.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전날보다 2.80원 높은 1,250.00원에 출발한 환율은 이내 1,246.00원까지 떨어졌다. 개장과 동시에 일중 변동폭이 거의 정해졌던 셈. 이후 달러/엔 상승을 배경으로 10시 6분경 1,250.00원까지 상승한 환율은 네고물량 공급으로 10시 37분경 1,247.50원으로 떨어진 뒤 강보합권을 맴돌다가 1,247.50원에 오전장을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30원 높은 1,247.80원에 오후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차츰 레벨을 높여 2시 4분경 1,248.40원까지 올라섰다. 그러나 네고물량 공급과 역외매도로 하락 반전한 환율은 3시 22분경 1,246.00원까지 밀린 뒤 1,246∼1,247원을 오가다가 장 막판 달러/엔의 하락과 함께 4시 24분경 1,245.80원까지 저점을 낮췄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6억4,18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8억5,48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스왑은 각각 2억460만달러, 1억8,900만달러가 거래됐다. 24일 기준환율은 1,247.7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