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1,240원대로 진입하며 15개월중 가장 낮은 수준까지 흘러내렸다. 달러/엔 환율이 장중 123엔대까지 급락하자 이틀동안 지지됐던 1,250원은 쉽게 붕괴됐으며 전날 소폭 반등흐름도 수포로 돌아섰다. 장중 등락은 철저히 달러/엔과 어깨동무한 채 이뤄졌으며 일본 정부의 직접 개입 확인으로 강한 반등이 이뤄지기도 했다. 수급상 약간의 공급우위는 유지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물량부담은 개입 경계감과 맞물려 장중 샅바싸움을 거듭했다. 이에 따라 달러/원 환율은 당분간 달러/엔과 연동된 움직임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의 전격적인 직접 매수개입 이후 달러/엔이 어느 정도 움직일 지 예측이 쉽지 않다. 다만 1,240원은 지지선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커졌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7.40원 내린 1,247.20원에 마감, 종가기준으로 지난해 2월 22일 1,244.30원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가리켰다. 개장초부터 한·일 양국의 동조 개입여부가 관심의 초점으로 부각된 가운데 윤진식 재정경제부 차관이 환율 급락과 관련해 '대단히 우려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김용덕 국제업무정책관도 일본과 공동 대응을 시사하는 동시에 수급 조절책을 언급했다. 국내 외환당국은 일본의 개입덕분에 '손 안대고 코 푼 격'으로 장중 환율의 급반등을 지켜봤으며 이미 개입 사실을 인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책은행 등에서 개장초부터 꾸준히 지지성 매수세를 유입, 절대레벨의 하향을 막은 것으로 시장 관계자들은 전했다. 역외세력은 매도에 나섰다가 개입여부를 감지하고 매수로 돌아서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였으며 업체들은 네고물량의 공급에 주력하는 한편 1,240원대 초반에서 결제수요도 유입했다. ◆ 달러/엔 '주목' = 향후 방향은 '달러/엔에 물어보라'는 말이 통하게 됐다. 원화와 엔화, 두 통화 모두 절대레벨에 대한 부담감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의 개입 재개 여부와 강도가 시장과 힘겨루기에 나서는 형국이 됐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달러/엔에 철저히 연동된 흐름을 보였으며 일본에서 30억달러 이상의 엔 매도 개입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며 "국책은행이 개장초부터 지속적으로 매수세에 나서 나름대로 종가관리도 한 것 같고 선물환매도에 나섰던 업체들도 1,241∼1,242원에서 차익실현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분간 달러/엔의 영향권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되며 '원-엔 1대10'을 중심으로 눈치를 보면서 오르내리는 흐름이 될 것"이라며 "달러/엔이 어느 정도 움직일 지 예측이 불가능한 상태라 전망이 무의미하나 일단 내일은 1,240∼1,250원 범위에서 등락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일본에서 개입해 준 덕에 국내도 덩달아 효과를 봤다"며 "일본 개입이후 달러되사기(숏커버) 등이 촉발되면서 수급은 한쪽으로 크게 기울진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또 "달러/엔이 런던장 이후 BOJ의 개입 가능성이 큰 상태며 일본도 125엔 이상으로 끌어올릴 의지가 있는 것 같다"며 "달러/엔의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내일은 1,245∼1,255원에서 거래될 것"으로 내다봤다. ◆ 일본 직접개입 단행 = 연일 강세를 거듭한 엔화로 인해 다급해진 일본 정부가 외환당국이 직접 개입을 확인, 달러/엔 환율은 이날 123엔에서 125엔까지 오가는 요동을 쳤다. 전날 뉴욕에서 일본 경제의 회복세를 배경으로 124.14엔을 기록한 달러/엔 환율은 오전중 일본 정부의 구두개입에도 불구, 124엔대가 무거운 레벨임을 인식했다. 달러/엔은 이날 123.49엔까지 추가 하락했으나 오후장에서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으로 큰 폭 반등, 125엔에 육박하는 급반등세를 보였다. 달러/엔은 오후 5시 12분 현재 124.94엔을 기록중이다. 시오카와 마사주로 일본 재무상은 이날 최근 엔화 강세 속도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시장에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언급, 엔 강세 저지를 위한 개입 단행을 확인했다. 또 향후에도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본은행(BOJ)은 이날 5월 경기판단을 상향한다고 밝혀 3개월 내리 경기판단을 올렸으며 이날 발표된 일본의 1/4분기 3차 산업지수가 전분기대비 0.6% 상승, 일본경제의 침체 종료 인식이 확산되고 닛케이지수의 상승 연장으로 엔화 수요가 여전함을 보여줬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의 추가 개입여부와 강도가 주목되는 가운데 시장과의 힘겨루기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돼 달러/엔이 향후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에서도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이날 외신기자 회견을 통해 "환율이 지금처럼 급락세를 지속할 경우 시장개입 등 대책을 세우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아직은 개입할 수준이 아니며 위기의식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455억원, 179억원의 매도우위를 기록했다. 이틀째 순매도를 이었으나 규모도 크지 않을 뿐더러 시장의 관심권 밖이었다. 이와 함께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1/4분기 GDP성장률이 전년 동기보다 5.7% 증가, 당초 추정치인 4.7%를 크게 웃돌아 한국 경제펀더멘털의 견조함을 입증, 원화 강세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이날 장중 고점은 개장가인 1,250.00원이며 저점은 1,241.80원으로 지난해 2월 22일 1,240원 이래 15개월 최저치를 경신했다. 하루변동폭이 8.20원에 달했다. 개장초 전날보다 4.60원 낮은 1,250원에 출발한 환율은 개장 직후 1,243원까지 떨어진 뒤 국책은행 등의 매수세로 10시 3분경 1,247원까지 되올랐다. 그러나 업체 네고물량을 맞고 차츰 반락한 환율은 11시 9분경 1,243.20원까지 떨어진 뒤 1,243∼1,244원을 거닌 끝에 1,244.50원에 오전장을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30원 낮은 1,244.20원에 오후장을 연 환율은 서서히 레벨을 낮춰 2시 2분경 이날 저점인 1,241.80원까지 흘러내렸다. 한동안 1,242원선을 거닐던 환율은 일본 당국의 직접 개입 확인으로 달러/엔이 급반등하면서 2시 51분경 1,249.50원까지 튀어올랐다. 그러나 추가 상승이 제한된 환율은 매물부담으로 3시 44분경 1,245.30원까지 떨어진 뒤 재반등, 1,246∼1,247원을 오갔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7억4,67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8억4,89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스왑은 각각 2억달러, 2억3,970만달러가 거래됐다. 23일 기준환율은 1,245.30원으로 고시된다. 서울외국환중개 관계자는 거래량 축소와 관련, "환율이 워낙 요동을 치다보니 거래가 조심스럽게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