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두 나라 정부가 환율급락을 막기 위한 공조에 본격 나섰다. 먼저 일본이 시장개입의 총대를 멨다. 일본은 정부가 시장개입을 시인한 가운데 달러당 1백23엔대로 떨어졌던 환율이 1백25엔선 가까이 되올랐다. 원화 환율은 이같은 엔화 반등에 따라 오후 들어 하락 행진이 무뎌졌지만 22일 하루에만 하락폭이 8원을 넘어섰다. 한국 정부와 통화당국은 "아직 본격 시장개입은 자제하고 있으며 미세조정 차원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지만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과 한전 포스코 등 일부 대형기업을 동원해 달러 매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추가적인 환율 하락을 예상한 투기세력들이 대거 달러화 투매에 나섰다는 소문도 퍼졌다. 김용덕 재정경제부 국제업무정책관(차관보)은 이날 오전 제10차 한.중 금융협력회의 참석차 출국하기에 앞서 "투기세력의 개입 여부를 점검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국내 경기의 빠른 회복세(원화강세 요인)와 미국 경기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늦다는 점(달러약세 요인)이 겹쳐 환율이 급락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국은행 고위관계자는 "시장에 개입해도 인위적으로 추세를 돌려놓는 개입은 안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환율하락 속도가 빠르면 투기적인 수요가 몰려 환율변동폭을 더 확대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김성진 재경부 국제금융심의관은 "수출입업체들 가운데 원화를 달러로 바꾸려는 기업은 시기를 최대한 늦추고 달러를 원화로 바꾸려는 기업은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면서 수급불균형이 더 확대되고 있다"며 "적정환율보다 더 떨어지는 현상(오버슈팅)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일본 중국 등과 수시로 핫라인을 통해 공동 대응방안을 마련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용덕 차관보는 오는 26일 열릴 제1차 APEC 연차포럼에서 중국과 일본의 재무차관들과 만나 환율안정 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외평채로 조달한 실탄(자금)을 언제든 투입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시장에 던지고 있다. 특히 외환거래 규모가 큰 업체들에는 환율 하락세를 악용한 투기적인 거래를 자제할 것을 엄중 경고하기도 했다. 정부는 또 시장에서 외화수요를 늘리기 위해 정부와 은행의 외채상환일정을 일부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국책은행 등을 통한 달러매입도 언제든지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