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등 현대그룹 증권3사의 해외매각은 신속한 처리와 헐값시비 우려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공산이 높아졌다. 금융당국이 신주발행가를 조정할 수 있도록 유가증권 발행.공시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면 프루덴셜 등과의 매각협상은 급물살을 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당초 정부는 AIG컨소시엄과 현대투신에 2조원을 공동 투자키로 하고 AIG측이 현대증권에 4천억원을 선(先)투자한다는데 합의했었다. 현대증권이 의결권 우선주 4천억원 어치(5천7백여만주,주당 7천원)를 제3자 배정방식으로 AIG에 넘긴 뒤 현투증권 출자계약을 체결한다는 것이다. 비록 AIG와의 이같은 협상은 물건너 갔지만 대체적인 매각 스케줄은 현재도 유효하다는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이번 개정도 이같은 맥락에서 추진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올들어 현대증권 주가가 크게 올랐는데도 기존 가격조건으로 매각을 추진한다면 "헐값매각 시비"가 일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지적했다. 협상 걸림돌 해소=올해초 AIG측과의 결렬이후 프루덴셜과 재협상에 나선 금융당국은 두가지 문제에 맞닥뜨렸다. 하나는 현대증권 유상증자 발행가 산정의 적법여부,다른 하나는 협상주체의 동일성 문제다. 지난해 9월 현대증권 이사회가 의결한 제3자 배정대상은 AIG컨소시엄.현대증권 이사회는 지난 3월 유상증자 납입기한을 7월말로 늦추면서 국제평가기관에서 AIG측과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받은 후보투자자에게 AIG와 동일한 협상권을 주기로 했었다. 그러나 협상대상이 바뀌면 발행가도 다시 책정해야 한다는게 당국의 기본 입장이다. 문제는 현행 규정상 현대증권이 신주 가격을 주당 7천원으로 책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유상증자 가격은 기준주가(1개월 평균주가,1주일 평균주가,종가)에 할인률을 적용해 정해진다. 할인률은 일반공모땐 30%,제3자 배정땐 10%다. 올해 증시 상승세에 힘입어 현대증권 주가가 1만~1만4천원을 형성,기준주가는 어림잡아 1만~1만2천원선이다. 여기에 할인률을 적용해도 7천원선은 훨씬 넘는다. AIG측과 합의한 가격선에서 협상을 시작한 프루덴셜은 7천원이상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것이 관련규정 개정이다. 금감위원장이 승인한 경우 기준주가와 할인률에 관계없이 발행가를 산정토록 한 것이다. 이로써 현대증권 유상증자 발행가의 적법여부와 협상대상의 동일성에 대한 근거를 한꺼번에 마련할 수 있다고 금융당국 관계자는 설명했다. 남아있는 논란의 불씨=규정 개정에도 불구하고 헐값시비 가능성은 상존한다. 현대증권 노동조합측은 "회사경영이 흑자로 돌아서는 등 경영여건이 달라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기존과 같은 방식과 가격으로 현대증권 경영권을 넘겨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최근 법원에 협상중단을 위한 가처분신청을 낸 상태다. 유상증자 발행가를 올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대형증권사 애널리스트는 "9.11테러 사태로 현대증권 주가가 떨어지자 8천9백40원이었던 발행가를 7천원으로 낮췄다"며 "최근 주가가 오른 만큼 발행가도 규정에 따라 상향조정해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매각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규정을 새로 만들어가면서까지 매각에 나서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유상증자 발행가가 지나치게 낮으면 기존주주가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박기호 기자 kh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