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프로그램 매물 부담을 떨치지 못하고 급락했다. 뉴욕증시 약세, 경기회복 지연 우려 등으로 펀더멘털에 대한 경계감이 강화됐다. 또 테러 위험, 주가조작 조사 등에 따라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아울러 프로그램 매물이 수급을 압박했다. 시장에서는 종합지수가 60일, 20일 이동평균선을 차례로 뚫고 내려옴에 따라 리스크 관리를 우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통제불가능한’ 증시 외부 충격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프로그램 매물 부담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달 말 급한 조정에서 하방경직성을 보여준 종합지수 800선의 지지력이 어느 정도 확보된 만큼 추가 조정시에는 업종대표주나 은행주 매수 기회로 삼으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21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28.22포인트, 3.26% 급락한 837.56을 기록했고 코스닥지수는 76.65로 2.70포인트, 3.40% 떨어졌다. 종합지수는 약세권에서 출발한 뒤 850대 중반에 있는 20일 이동평균선을 중심으로 등락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세계은행이 탄저균 우편물로 건물 일부를 폐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주가지수 혐의로 코스닥업체 회장이 구속됐다는 보도로 투자심리가 급격히 냉각됐다. 이날 오후 증시는 ‘탄저균 공포→뉴욕증시 하락 우려→외국인 선물 포지션 정리→시장베이스시 악화→프로그램 매물 출회’라는 악순환이 반복되며 낙폭을 키웠다. 삼성전자가 고정거래가격 인하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4% 가까이 내렸고 현대차, 삼성SDI 등 수추비중이 높은 업체의 주가가 급락세를 나타냈다. 오름세를 보이던 SK텔레콤, POSCO이 장 후반 반락하는 등 거래소와 코스닥 내 시가총액 상위 20위 종목이 모두 하락했다. 시장, 업종, 종목간 무차별적인 약세장 속에서도 테크메이트, 해룡실리콘 등 테러관련 수혜주는 가격제한폭을 꽉 채워 눈길을 끌었다. 기관이 566억원 순매수로 지수방어에 나섰지만 역부족을 드러냈다.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482억원, 212억원을 처분했다. 코스닥에서는 외국인이 68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개인과 기관이 각각 51억원, 9억원을 팔아치웠다. 프로그램 매도가 2,143억원 출회되며 지수를 압박했다. 프로그램 매도는 장 마감을 한 시간 앞두고 1,000억원 가량 집중됐다. 프로그램 매수는 1,046억원 유입됐다. 신영증권 김인수 투자전략팀장은 “종합지수 850선 위쪽에서 적극적인 매수세가 유입되지 않는 상황에서 테러위험 확산, 주자조작 등으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며 "대량의 프로그램 매물이 출회되며 지수낙폭이 커졌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외국인이 현대차 등 환율하락으로 인한 피해주를 집중적으로 매도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며 “가격메리트가 발생하는 800선까지의 추가 조정을 대비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