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으로 기업의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4월12일 달러당 1천3백32원으로 고점을 찍은 원화 환율이 한달여 만에 6% 이상 절상되면서 기업들의 수출 전략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은 급한 대로 수출계약은 앞당기고 수입계약은 늦추는 작전을 쓰고 있다. ◆ 수출 앞당기고 수입은 늦추고(leads & lags) =환율 하락기에는 수출 업체들이 계약을 되도록이면 앞당기는게 유리하다. 달러가치가 더 떨어지기 전에 계약을 서둘러야 한 푼이라도 더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수입 계약은 가능한 한 늦출수록 수입 단가가 떨어져 이득이 된다. 이런 추세가 최근 무역수지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산업자원부가 20일 내놓은 '수출입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8일까지 국내 기업들은 75억9천2백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작년 같은 기간의 65억5천5백만달러보다 15.2% 증가한 액수다. 지난달 수출액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9.7% 상승한 것보다도 높다. 완만한 회복세라기보다는 단기적인 급상승으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달 들어 환율이 34원(1.6%) 이상 떨어지면서 수출이 크게 늘어났다. 지난 17일에는 20여개월 만에 처음으로 하루 수출계약 신고액수가 10억달러를 넘기도 했다. 산자부 관계자는 "보통 규모가 큰 계약들은 모두 월말에 맺어지는게 관례지만 이달엔 대규모 선박 및 승용차 수출계약이 20일 전에 체결됐다"며 "수출 기업들이 환율 하락기에 대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하반기 환율과 수입이 변수 =수입은 같은 기간 71억5천1백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의 69억1천9백만달러보다 3.4% 증가했다. 수입은 지난달엔 12.1% 증가했었다. 수입 증가세가 둔화된 것이다. 이같은 상황 때문에 당장 무역수지가 크게 악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자부는 이달 무역흑자액을 15억달러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럴 경우 1∼5월 누계액은 42억달러가 된다. 정부가 연초 예상했던 연간 흑자 전망치(70억달러)의 절반을 넘어서게 되는 셈이다. 문제는 향후 환율 움직임이다. 박봉규 산자부 무역정책심의관은 "환율이 더욱 하락하고 경기회복에 따라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보여 하반기에는 수입이 크게 증가하고 수출 증가는 둔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환율 문제는 벌써 중소기업들을 옥죄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이미 10개사중 1개사는 적자 수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