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수합병(M&A)의 귀재'답게 SK가 KT 인수전에서 경쟁사들의 허를 찌르는 전략을 구사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깜짝쇼'를 벌이자 한국전력 발전자회사 등 앞으로 벌어질 또 다른 M&A전에서 SK와 맞서야 할 LG를 비롯한 대기업들에 'SK 경계령'이 떨어졌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KT 인수전에서 한 주도 배정받지 못한 삼성과 당초 의도했던 대로 사외이사 추천권을 가질 수 있는 3% 지분 확보에 실패한 LG는 카드를 미리 공개하는 '순진'한 대응으로 막판까지 본심을 숨기며 `연막작전'을 펼친 SK에 당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겉으로는 태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과거 자기보다 몸집이 큰 유공과 한국이동통신이라는 공룡기업을 인수하고 신세기통신 합병 때 '소규모 합병' 방식을 동원, 소액주주들의 반대를 원천 봉쇄했던 `실력'을 보였던 SK를 충분히 경계하지않았다며 자탄하고 있다. 이번 일로 재계 1위라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게 된 삼성이나 앞으로 한전 발전자회사 민영화, 한국가스공사 민영화, 현대석유화학 매각 등 굵직한 M&A전에서 또 다시 SK와 맞서야 할 LG는 `두번 당할 수 없다'며 절치부심하고 있다. 삼성은 SK가 KT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재계의 판도변화나 통신기기 장비시장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일단 KT 지분을 확보하는데 실패했지만 유.무선 통신시장이나 통신장비 시장 등에서 SK를 견제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구겨진 체면을 다소라도 만회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 특별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삼성은 이번 주식청약이 KT 경영권 인수를 위한 것이 아니었던 만큼 SK의 방해로 주식취득을 못했다고 해서 KT 주식의 장내매입 등에 나설지 여부에 대해서도 현재까지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기분이 상할대로 상한 삼성이 SK를 견제할 수 있는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KT를 둘러싼 삼성과 SK의 신경전이 어떻게 발전될지가 최대의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LG는 이번 KT 주식공모에서 SK 때문에 계획했던 지분을 확보하지는 못한 점은 다소 당혹스럽지만 장비업체로서 경쟁상대인 삼성이 한주도 받지 못한 점이 자신들에게도 나쁠게 없기 때문에 삼성보다는 다소 느긋한 표정이다. 그러나 LG의 경우도 화학.에너지 및 정보통신 분야에서 주력업종이 겹치는 SK를 견제해야 할 필요성이 그 어느 기업보다 높아 앞으로 발전자회사, 가스공사 등을 놓고 벌어질 `제2, 3 라운드'에서는 철저히 준비해 나선다는 입장이다. LG 관계자들은 "KT는 처음부터 정부의 민영화방침에 협조한다는 차원이었기 때문에 경영권 향배나 타회사 전략 등에 큰 관심이 없었고 따라서 미리 3%(교환사채 포함)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던 것"이라면서 "발전자회사 민영화 등에서는 우리의 의지를 관철할 수 있도록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LG는 KT 교환사채 청약에는 배정된 물량만큼 청약을 해서 KT와의 협력관계를 공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SK 관계자는 "KT 지분을 인수하는데 2조원이 약간 못되는 자금이 들어가고 발전자회사나 가스공사 민영화에도 적지 않은 자금이 필요하겠지만 각 계열사 등이 알아서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발전자회사 등의 민영화에 참가할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한전전력 자회사나 가스공사의 민영화 참여를 준비하고 있는 한화, 대생, 삼천리 등도 SK에 당하지 않도록 인수 계획과 전략을 더욱 치밀하게 가다듬고 있다고 재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재계 관계자들은 "M&A 시장에서 각사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온갖 전략을 구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너무 계략과 속임수 등이 난무하면 재계질서 자체가 혼탁해질 수 있을 뿐 아니라 감정대립 등에 따른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연합뉴스) 신삼호기자 ssh@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