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하락의 정도가 어디까지 진행될 지가 관심사다. 전 세계적인 미국 달러화 약세와 물량공급에 짓눌려 있는 형국이 지속되고 있다. '추락하는 것에 날개가 없는' 모양새를 띠면서 시장은 절대레벨에 대한 경계감과 정부 개입에 아랑곳없이 '하락 추세' 안에서 미끄럼을 타고 있다. 이미 15개월중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선 환율이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번주( 5. 20∼ 5. 24) 환율은 올해 신 저점을 찾는 행보가 지속되는 가운데 외환당국의 개입 여부와 강도에 따라 1,240원대 진입 여부까지 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제대로 된 반등이나 조정 과정이 결여된 채 낙폭을 확대했기 때문에 반등 여력이 의외로 강할 수 있는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미국 달러화 약세 추세와 수급상 공급우위가 환율 하락을 이끄는 쌍두마차이다. 반면 정부나 한국은행의 속도조절용 개입이 반등을 이끌 수 있는 요인으로 지적될 뿐, 시장은 무게 중심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 1,240원대 진입 여지 = 한경닷컴이 은행권 외환딜러 16명을 대상으로 이번주 환율전망을 조사한 결과, 예상 환율의 저점은 단순평균으로 1,248.50원, 고점은 1,270.00원으로 나타났다. 지난주 장중 저점인 1,261.50원, 고점인 1,280.40원에서 위아래로 10원 이상 하향 진단, 환율 하락 추세가 이어질 것임을 보여줬다. 아래쪽으로 1,250∼1,255원에서 저점이 기록될 것이란 견해가 10명으로 가장 많았다. 5명의 딜러가 1,245∼1,248원까지 하락을 경험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나머지 1명은 1,240원까지 내려설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위쪽으로는 11명의 딜러가 1,270∼1,275원을 고점으로 예상했다. 이어 4명의 딜러가 1,260∼1,265원을 반등의 한계로 전망했으며 소수의견으로 1명이 1,280원을 저항선으로 지목했다. 지난주 환율은 장중 1,260원대로의 진입을 시도, 하향 추세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5거래일동안 지난 14일을 제외한 나흘이 하락했으며 주 후반들어 급락세를 이었다. 심리적인 저항선으로 작용하던 1,265원은 물론 장중 앞선 저점이던 지난해 11월 27일의 1,261.90원을 뚫고 내려서며 15개월중 최저치인 1,261.60원에 한 주를 마감했다. 재정경제부의 구두개입이 있었으나 약효가 미미했다. 달러화 약세와 공급우위의 장세를 버티지 못한 셈. ◆ 멈춰지지 않는 하락 추세 = 지난달 12일 1,332원에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환율은 5주동안 줄곧 하락세에 몸을 기대, 1,261.60원의 연중 최저치까지 도달했다. 이 기간동안 무려 70.40원이 빠진 셈. 이같은 대세 하락의 저변에는 미국 달러화 약세라는 거부할 수 없는 강력한 힘이 있었다. 미국 경기회복의 속도에 대한 우려감은 달러의 신뢰를 떨어뜨렸으며 추세로 굳어지다시피했다. 지난주 말 달러화는 미국 경제지표의 호조와 뉴욕 증시의 상승에도 불구, 약세를 보여 엔화에 대해 5개월중 최저치인 125.92엔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12일 이후 처음으로 126엔대가 깨졌으며 장중 125.58엔까지 급락,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날 5월 미시간대 소비자 신뢰지수가 전달과 예상치를 상회하고 미국의 3월 무역수지 적자폭이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축소됐음에도 시장은 일본 경기 회복 기대감에 무게를 실었다. 일본 정부는 3개월 내리 경기 판단을 상향 조정, 경기침체가 끝났다고 선언했고 투자자들은 이같은 발표이후 일본 주식을 사들임과 동시에 엔화에 대한 수요에 불을 당겼다. 이에 따라 역외선물환(NDF)시장 달러/원 환율도 1,270원대에서 1,250원대까지 급락, 추가 하락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번주 시작부터 1,250원대로의 진입을 예상케하는 대목이며 경계감이 어느 정도인지 평가될 전망이다. 환율은 이에 따라 연중 최저치 경신 가도를 이을 것으로 예상되며 추가 하락선을 어디까지 설정할 지 관심사로 대두됐다. '하락속도가 빠르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나 달러 약세라는 국제 외환시장의 흐름과 환율 하락기에 공세가 강해지는 업체 네고물량의 공급이 낙폭 확대를 적극 유도할 전망이다. ABN암로은행의 정인우 딜러는 "어지간히 나오긴 했으나 네고업체들도 급하고 하순으로 넘어가니까 공급우위가 계속될 것"이라며 "달러/엔이 제대로 반등을 하지 못하면 다시 랠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개입 경계감 타진 = 일단 막힐 것이라고 뚜렷하게 드러난 레벨이 없는 상태에서 경계감과 위험 부담도 함께 가중되고 있다. 아래로 갈수폭 '보이지 않는 위협'이 시장 심리를 옥죄어오는 형국이다. 하락 속도가 빨랐던데다 적정환율 유지를 위한 정부의 대응을 촉구하는 수출업체들의 '아우성'도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수출 회복세가 주춤거릴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환율 하락이 가져올 영향력 계산도 한창이다. 정부나 외환당국의 마지노선이 어느 선에서 진을 치고 있는 지, 바닥 확인은 정부의 대응에玭좇獵募?지적도 있다. 지난해 1,260원이 정부의 타겟이었으나 최근 하락 압박이 강해지는 시점에서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다만 개입의 효과 달성 여부에 의문부호도 만만치 않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통상 개입이 나올 때 효과가 있으려면 주변 여건이 받쳐줘야 한다"며 "달러만 약세고 다른 아시아 통화는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최근 정부의 자세로 봐서는 구두개입 정도의 속도조절에 치중할 뿐 적극적인 의사는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공기업 등을 동원한 간접적 개입도 예상되나 하락 추세에서 힘을 발휘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외환보유고를 활용한 직접적인 매수개입도 썩 여의치 않다. 달러 약세라는 큰 흐름에서 한국만 일방적인 매수개입에 나설 경우, 역외투기세력의 타겟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수출이나 거시경제 운용상으로도 큰 부담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 원화 강세가 엔화와 함께 진행되고 있으며 환율 하락이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다른 은행의 딜러는 "대미수출 비중이 20%정도밖에 되지 않고 대기업의 경우 환율 하락을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을 정도로 낮은 수준에서 채산성 계산을 한 상태"라며 "중소·중견기업은 타격이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최근 환율 하락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가가 오르고 추가 금리 인상에 부담이 있는 상태"라며 "거시경제 운용상 환율 하락은 나쁘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일 양국 모두 개입 가시권내에 환율 수준이 편입한 상태에서 동시 행동의 여지도 남겨놓고 있다. 그러나 가와이 재무성 국제금융 차관보는 정부의 외환시장 불개입을 암시하는 발언을 해 통상적인 구두개입의 수준외에 강도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조정 여부도 이와 맞물릴 것으로 보인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