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S워버그증권 보고서가 촉발한 10일 삼성전자 폭락세와 관련, 국내 증권사의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투자의견을 하향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외국인의 매도 공세로 7.73%나 떨어졌다. 1백28메가 D램이 아시아 현물시장에서 2달러 벽을 깨고 1.85달러까지 떨어진 데다 워버그 및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이 투자의견 및 실적 추정치를 잇따라 내리면서 투자심리가 악화됐다. 그러나 국내 반도체 애널리스트들은 한결같이 반도체값 하락으로 삼성전자의 2.4분기 및 올해 실적이 당초 추정치보다 악화될 수 있지만 그 폭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반도체 가격도 1,2개월간의 조정을 거쳐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증시에 국내 증권사와 외국계간의 반도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 투자의견 바꿀 이유 없다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반도체 가격이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 삼성전자의 전망을 소폭 하향조정할 계획이지만 투자의견을 바꿀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의 D램부문 비중이 총 매출의 15% 정도로 낮고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 휴대폰 등 다른 사업부문은 여전히 많은 이익을 내고 있기 때문. LG투자증권 구희진 연구위원은 "삼성전자는 반도체 매출 중 장기계약 물량이 대부분이고 그래픽 제품 등 고가품의 비중이 높다"며 "현물가격 하락에도 2분기 D램 매출액은 당초 예상보다 10% 가량 감소하는데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D램 매출 중에서도 가격 하락폭이 큰 1백28메가 D램의 비중은 40∼45% 가량으로 타 업체에 비해 낮은 편이다. 구 연구위원은 "여전히 올해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낼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매수' 투자의견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동양증권 민후식 연구위원도 "D램 가격과 달리 TFT-LCD는 공급부족 현상으로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는데 힘입어 30% 이상의 이익률이 유지되고 있다"며 "2분기 영업이익은 1분기(2조1천억원)보다 조금 낮은 2조원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휴대폰 부문도 수출이 늘면서 안정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 반도체 가격 곧 안정될 것 =반도체 가격은 하이닉스반도체의 매각 실패 등으로 폭락하고 있지만 향후 1,2개월내에 바닥을 형성, 오는 7∼8월께부터는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최근 D램 업체들이 1백28메가 D램과 2백56메가 D램간의 비트크로스(주력제품이 바뀌는 것)를 앞두고 1백28메가 D램을 밀어내면서 가격 하락폭이 예상보다 깊어졌다. 또 미국의 마이크론도 5월 분기결산을 맞아 재고 물량을 지속적으로 시장에 쏟아내고 있다. 현대증권 우동제 팀장은 "수요가 본격화되고 있지 않은 가운데 공급이 늘면서 가격이 많이 내렸다"며 "그러나 늦어도 8월부터는 수요가 살아나고 공급물량도 줄면서 가격이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양증권 민 연구위원도 "D램 가격 2달러는 대부분 업체의 원가보다 낮은 수준"이라며 "현재 재고도 4주일 수준으로 적정한 만큼 업체들이 밑지면서 매물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 임홍빈 연구위원은 "3분기부터 미국의 IT(정보기술) 산업이 본격적으로 회복되면 반도체 값이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며 "외국인 매물로 단기 조정이 예상되지만 중·장기적으로 보고 30만원대 초반에서 조금씩 저가 매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