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KT 지분매입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정부가 이달말까지 실시하려는 KT지분 28.37% 매각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에 참석, KT 지분 참여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내 사업도 바쁜데 남의 사업에 참여할 여력이 없다"며 불참의사를 공식 선언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KT지분 28.37%의 전량매각은 거의 불가능해지는 것은 물론 6월말까지 예정된 KT민영화도 중대한 위기를 맞게 됐다. 정부는 삼성이 이번 지분매각에서 최대 전략적 투자자로 나서고 이를 견제하려는 LG, SK 등 재벌그룹들이 참여할 경우 전략적 투자자에게 배정된 15%(주식 5%, 교환사채 10%) 매각은 순조로울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러나 이날 이 회장의 이같은 선언으로 삼성은 물론 LG와 SK도 참여가능성이 낮아져 이번 지분매각에서 전량매각은 거의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LG전자의 김종은 정보통신사업 총괄사장은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이 KT지분을 아예 매입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사들일 이유가 별로 없다"고 언급했으며 SK텔레콤도 정부의 매각안이 발표된 직후 일관되게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혀왔다. 더구나 전략적 투자자에 배정된 15%는 이번 총 매각물량 28.37%의 절반을 넘는 것으로 금액으로는 3조원 가량에 달하는 것이어서 대형급 재벌들이 매입하지 않을 우 기관투자자나 개인투자자들이 소화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효성, 대림, 롯데 등 중견급 재벌들은 지분 매입에 참여할 뜻을 굳히고 구체적인 매입규모를 검토중이거나 참여쪽으로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15% 지분중 일부는 재벌에 의해 소화될 것이란 관측을 낳고 있다. 삼성이 KT지분매각에 불참하려는 것은 이번 지분매각이 삼성에 대한 특혜, 경제력 집중 등 비판적 여론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내외 여러 통신사업자들에게 장비를 공급해야하는 삼성으로서는 특정 서비스사업자를 인수할 경우 다른 서비스 사업자와의 관계정립 등에 애로를 겪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세계적으로도 통신장비 제조업체가 서비스사업자를 인수한 사례가 거의 고 이로 인한 시너지효과도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쨌든 삼성의 불참으로 인해 정부는 작년 1월 KT지분 14.7% 매각때 1.1% 매각에 그쳤던 것처럼 전량매각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정부는 KT 민영화 일정에 쫓긴 나머지 국내 지본시장 현실을 외면한 채 충분한 여론수렴 과정없이 5조-6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물량을 한꺼번에 시장에 내다 팔기로 결정하는 등 KT 지분매각을 졸속으로 진행, 이같은 결과를 자초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정부가 이번 지분매각에서 삼성의 불참에 따른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이정내기자 j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