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이사회의 '반란' 이후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던 정부와 채권단이 '3단계 행동계획'으로 전열을 정비했다. △매각재추진 △채무재조정 △법정관리라는 순차적 대응계획이 그것.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는 지금은 1단계 조치의 초입이라 할 수 있다. ◆ 1단계 매각 재추진 =정부측 회의에서는 "일단 마이크론과의 협상을 살려내는 것이 최우선"(청와대 고위관계자)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재협상 테이블에 올릴 메뉴는 잔존법인에 대한 채무재조정이다. 하이닉스 이사회가 MOU(양해각서)를 부결한 주된 이유도 '잔존법인의 채무재조정이 미흡하다'는 것이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마이크론측도 "매출액 1조원인 잔존법인에 3조7천억원의 부채를 떠넘기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하이닉스 이사회와 마이크론을 만족시킬 수 있으면서도 채권단, 특히 투신권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채무재조정안을 만들 수 있느냐가 재협상 여부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 2단계 채무재조정 =매각협상 결렬시 차선의 선택이다. 채무재조정에서의 제1 원칙은 '신규지원 불가.' 정부는 물론 모든 은행이 이 원칙만큼은 지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따라서 채권단이 해줄 수 있는 조치는 추가적인 채무탕감과 기존여신 만기연장이다. 하지만 이것도 쉽지 않다. 회수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의 채무탕감은 배임의 우려가 있고 특히 채무탕감 폭이 클 것으로 보이는 투신사들이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사정 때문에 채권단 내에서는 조건부 채무재조정안이 검토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하이닉스가 직접금융시장에서 4천억∼5천억원 정도를 공모증자하는 조건으로 채무면제 및 만기연장을 논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과의 통상마찰 소지 등을 들어 채무재조정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도 적지 않다. ◆ 3단계 법정관리 =일부 강경론자들이 즉각적인 법정관리를 주장하기도 했지만 현실성이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현행 법상 채권단이 강제로 신청할 수는 있지만 '고의부도' 성격이 짙어 법원이 기각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대체적인 의견이었다. 현재 하이닉스는 현금여유가 2천억∼3천억원에 달하는데다 지난해 단행된 채무재조정으로 만기도래하는 여신도 거의 없다. 반도체 회사의 특성상 어음 거래도 없었다. 채권단 지원이 끊어지고 반도체 경기가 나빠진다고 해도 최소 1년정도는 버틸 수 있다는 것이 법정관리 불가론의 배경이다. 법정관리 신청시 국내외적인 파급효과도 클 것으로 예상됐다. 핵심인력 이탈로 회사 가치가 급락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내 협력업체들의 연쇄도산마저 우려된다. 미국 유진공장 부채 10억달러는 지급보증을 선 현대중공업 현대아산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결국 정부와 채권단의 선택에서 법정관리는 최후의 카드로 남을 수 밖에 없다. 다만 정부는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주저없이 절차를 개시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매각을 서둘렀던 근본 이유가 '경제 불확실성 제거'였던만큼 다른 대안이 없다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정리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