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 박종섭사장이 30일 이사회에서 메모리사업 매각에 관한 양해각서(MOU) 동의안이 부결된 이후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독자생존으로 방향을 잡은 하이닉스호를 누가 이끌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박사장이 이번에 사의를 표한 것은 일단 정부와 채권단이 강력하게 밀어붙인 메모리사업 매각이 이사회에서 부결된데 대해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의사를표시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동안 매각협상을 주도해 온 박사장 입장에서는 매각문제가 원점으로 되돌아간 만큼 사장직의 계속 수행여부에 대한 대내외적 신임을 물어볼 필요가 있었다는 판단인 것이다.

박사장은 이날 사의를 표명하기는 했지만 아직 이사회에서 수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음에 이사회가 열려 수리되기 전까지는 공식적으로 대표이사 사장직을 유지하게 된다.

박사장이 실제로 사장을 그만 둘지 여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운 상태이며 정부나 채권단이 어떤 입장을 보일지도 박사장이 사장직을 계속할지 여부에 영향을 줄것으로 보인다.

박사장이 최근 협상에서 `매각'쪽을 택하면서 회사내의 카리스마를 다소 잃었다는 지적도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하이닉스 내에서 박사장을 대신할 만한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물론 하이닉스의 기술과 생산부문을 맡는 박상호 사장과 재무 등 지원을 맡는 전인백 부사장 등이 있기 때문에 박사장이 당장 업무를 그만둔다고 하더라도 별다른 업무공백은 없을 전망이다.

문제는 회사를 이끌어갈 리더십을 박사장 만큼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을 찾을 수있는가 하는 것인데 하이닉스가 독자생존이라는 어려운 길을 택한만큼 강력한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2000년 2월 사장에 선임된 이후 유동성 위기에 빠진 하이닉스를 이끌어온 박사장은 그동안 회사명을 옛 현대전자에서 하이닉스반도체로 바꾸고 12억5천만달러의 GDR(해외주식예탁증서)를 발행하는 등 하이닉스 회생에 주력하면서 비교적 강한 리더십을 발휘해 온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박사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과 함께 하이닉스는 이사회의 매각 동의안 부결을 계기로 독자생존을 위한 `배수의 진'을 치고 결의에 찬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독자생존의 길을 택한 이상 최악의 경우 법정관리를 통한파산까지도 각오해야 하기 때문에 이제 정부나 채권단의 지원없이 스스로 버틸 수 있도록 모든 사내 시스템이 재정비돼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준기자 ju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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