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이 26일 제시한 하이닉스 구조조정 방안은 담보채권자 우선변제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 잔존 법인 생존을 위해 1조8천여억원의 채무탕감과 13.5 대 1의 감자를 실시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담보권자 우선 변제=매각대금 38억달러의 분배에서 최우선 순위는 유진공장 부채 10억달러를 상환하는 것이다. 이는 계약 체결의 전제조건이기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이 채권단측 설명.매각 계약 체결 전에 써야 할 돈은 이 외에도 △신규자금 15억달러의 금리변동위험 헷지 비용(1억달러)△메모리 부문 운전자금 조정(2억달러)△기타 비용(4천만달러) 등이 있다. 이런 비용을 충당하고 나면 남는 돈은 24억6천만달러. 이 돈은 일단 하이닉스 소유로 넘어간다. 어차피 '빚잔치'를 할 예정이지만 그 때까지 하이닉스의 장부상 재무구조를 일시적으로 좋아보이게 만들자는 게 채권단측 계산이다. '빚잔치'의 첫 시작은 하자보상 대비 자금 5억달러를 에스크로 계좌에 떼놓는 것이다. 이어 담보채권자인 은행들이 5억6천만달러를 가져간다. 또 은행권이 마이크론코리아(매각대상인 메모리 부문의 신설법인)에 15억달러를 대출해주는 데 대한 손실 준비금조로 4억달러를 담보설정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남는 대금은 총 10억달러.얼핏 보기엔 이 돈이 모두 무담보채권자의 몫으로 보이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10억달러는 우발채무,주식매수청구권,반대매수청구권,주식처분비용 등에 우선적으로 동원돼야 한다. 주식매수청구권만 해도 최대 1조4천억원이 행사될 수 있으므로 무담보채권자에게 돌아올 돈은 경우에 따라선 거의 '0'이 될 수도 있다는 계산이다. 대부분 무담보채권을 갖고 있는 투신사 등이 이번 MOU에 반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이덕훈 한빛은행장은 이날 여의도 맨하탄 호텔에서 가진 제2금융권 사장단과의 회의에서 "투신권 채권의 50%를 2005년까지 해소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설득했다. ◆무담보권자들만 채무탕감=담보채권(작년 신규지원금 포함)은 그대로 두고 무담보 채권만 50% 탕감하자는 것이 채무재조정방안의 골자다. 지난 3월말 현재 하이닉스의 금융기관 차입금은 총 6조1천9백20억원.담보채권이 1조8천8백80억원,신규차입금이 6천5백80억원, 무담보채권이 3조6천4백60억원이다. 외환은행 제안대로 할 경우 무담보채권에서 1조7천8백20억원이 탕감돼 하이닉스의 금융기관 차입금은 3조1백20억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감자비율=외환은행이 제시한 감자비율은 무려 13.5대 1에 달했다. 하이닉스 주식 1백주를 갖고 있는 주주는 하루아침에 7.4주밖에 인정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2억달러를 출자하고 전환사채(CB)보유자들이 3조원 어치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자본금이 19조8천9백60억원으로 늘어난다. ◆하이닉스 생존 가능한가=부채탕감 규모가 지나치게 적어 생존가능성을 점치기엔 턱없이 부족한 방안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3조원대의 부채를 짊어져야 하기 때문에 하이닉스 잔존법인은 매년 2천억원(외환은행 추정 금융비용)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야 한다. 그러나 이는 "비메모리분야에서는 영업이익을 내기가 어렵다"는 회사측 설명을 감안할 때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