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의 '기업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 문제가 주식시장에서 다시 눈총을 받고 있다. 24일 증시에서 LG화학 주가는 LG석유화학 대주주와의 내부거래 소식으로 기관의 '팔자'주문이 쏟아지면서 가격제한폭까지 곤두박질쳤다. LG전자 LGCI LG투자증권 등 LG계열사 주가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LG화학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대주주가 보유중인 LG석유화학 지분 15%(6백70만주)를 주당 1만5천원선에서 사들이기로 결의했다. 증시가 이같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은 LG화학이 지난 99년 주당 5천5백원선에 그룹 대주주에게 LG석유화학 주식(2천7백44만주)을 대거 넘겼던 전력이 있어 이번 거래가 판 물량을 높은 가격에 되사주는 꼴이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LG석유화학이 비상장기업이었던 99년에도 헐값 논란이 빚어졌었다"며 "LG석유화학이 상장된 지금 대주주 보유 지분을 시장가격으로 다시 매입하는 것은 주주가치를 해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지분매입 가격이 시장가로 이뤄지는데다 거래대상도 LG화학의 자회사인 LG석유화학이라는 점에서 이번 내부거래 때문에 LG화학의 기업가치가 떨어진다고만은 볼 수 없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관들이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은 LG그룹이 소액주주에 대한 배려가 아직 낮다는 평가가 증시 일각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LG 계열사들은 과거 수차례에 걸쳐 LG유통 LG홈쇼핑 LG정유 등의 지분을 대주주에게 낮은 가격에 파는 편법거래를 해온 전례가 있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LG화학에만 국한되는 문제로 그치지 않고 한국 증시 전반의 신뢰성을 무너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한 투자자문사 대표는 "작년말 이후 주가상승은 대주주 전횡,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 등에 따른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의 해소과정으로 볼 수 있다"면서 "이번 일로 또 다시 기업지배구조 문제가 불거져 한국증시에 대한 외국인의 시각이 차가워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