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00660]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조건부로 맺은 양해각서(MOU)에는 현실적으로 본(本)계약 체결이 어려울 것임을 예고하는 `함정'이 곳곳에 깔려있어 매각협상에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또 채권단이 조기매각에 급급한 나머지 일방적인 `양보'로 일관한 흔적이 역력해 보인다는게 업계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근로자 85% 고용동의가 매각 선행조건 = 양해각서는 `근로자.노동문제' 항목에서 "양수인(마이크론)의 고용제안을 받은 근로자의 85% 이상 및 실질적으로 모든핵심 근로자에 의한 고용동의는 양수인의 거래완료 의무의 선행조건"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마이크론으로부터 고용제안을 받은 메모리부문 근로자의 85%가 동의해야 본계약이 체결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러나 하이닉스 노조가 23일 `총파업'까지 불사하며 매각반대 투쟁에 나서고있는 분위기여서 현실적으로 85% 이상의 고용동의를 얻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물론 일부 직원들이 마이크론쪽으로의 고용승계에 동의하고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지만 노조원 상당수가 노조의 매각반대 투쟁에 동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고용동의를 받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현재 하이닉스 총직원은 1만3천명 수준. 이중 메모리부문에 종사하는 직원이 8천500∼9천명이다. 노조원은 전체 직원의 58%인 7천500명으로 이중 메모리부문이 5천500∼5천600명이다. 따라서 상당수의 메모리부문 직원이 노조와 뜻을 같이하고 있는 시점에서 85% 이상의 동의를 얻으려면 어려움이 적지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양해각서는 또 메모리부문 직원중 85% 고용동의 조건외에도 핵심 기술인력도 고용승계에 동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본계약 체결가능성을 더욱 불투명하게 하고있다. ◆ 주주총회도 걸림돌 = 양해각서는 본계약 체결의 선행조건으로 근로자의 고용동의 외에도 주주총회 승인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90% 상당의 지분을 보유한 소액주주들의 반발은 시간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하이닉스 살리기 국민운동연합회'(의장 오필근)는 성명을 내고 " 정부와 채권단은 더이상 국민을 오도하지 말고 역사에 커다란 과오를 남길 수 밖에 없는 헐값매각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매각안은 주총의 특별결의 요건상 전체 주주지분의 3분의1 이상 참석에 참석자중 3분의 2이상 찬성으로 통과가 가능하다. 물론 채권단이 출자전환을 통해 매각안통과를 강행할 수는 있지만 주주들의 저항을 쉽게 잠재우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 우발채무 부담은 더욱 가중 = 양해각서는 전체 매각대금의 25% 한도내에서우발채무 발생액을 부담토록 하고 있다. 매각대금을 38억달러로 가정하면 9억5천만달러에 달하는 규모다. 우발채무 등 추가 손실이 발생하면 그만큼 매각대금에서 `상계'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 우발채무에 조세.환경.지적재산권 등의 우발채무가 포함돼 있지 않은점. 결국 25% 한도에 어느정도 규모가 될지 모를 `+α'가 붙어있는 것이다. 채권단실무자들도 이 조항을 대표적인 `불합리 조항'으로 보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지적재산권 문제. 양해각서상에는 마이크론이 기술로열티 등지적재산권을 고스란히 가져가도록 규정돼 있지만 소송 등에 따른 우발채무 책임은전혀 지지 않도록 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이같은 우발채무 발생에 대비, 일단 매각대금(1억860만주)중 1천428만주를 `면책담보' 용으로 에스크로우 계좌에 예치할 계획이다. ◆ 마이크론에 `특혜'성 지원 = 채권단이 그동안 관철을 다짐해온 대부분의 협상쟁점에서 일방적으로 양보한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달전인 지난달 19일 마이크론이 통보해온 협상안과 거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우선 신규대출 조건이다. 마이크론에 신규지원 자금으로 15억달러를 대출하면서본사 지급보증이 없을 뿐만 아니라 초기 운영자금 3억달러는 금리 상한선을 5%, 추가 시설자금 8억달러는 6%로 정했으며 나머지 4억달러는 상한선 없이 리보+2%를 적용키로 했다. 채권단의 주식처분권도 대폭 제한돼 있다. 4개월 이내에는 유진공장 부채처리용도를 제외하고는 처분하지 못하도록 했으며 1년안에는 전체주식의 50%까지, 2년안에는 100% 처분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마이크론은 한국 정부와 채권단으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상당한 지원을 받게된다. 앞으로 7년간 하이닉스는 어떤 메모리반도체 사업에도 직간접적으로 종사하지 않도록 했으며 다만 본계약 체결전까지 마이크론과의 협의하에 ▲내장(Embedded)메모리반도체 장치의 설계.생산.마케팅.판매 ▲제3자를 위한 파운드리 서비스 등을영위할 수 있을지 여부를 논의해야 한다. 또 마이크론이 인수하는 메모리법인에 대해 한국 정부는 `고도기술감면' 방식의 조세감면 혜택은 물론 각종 인허가에서 협력토록 하고 있다. 이謗?마이크론은 비메모리 잔존법인에 15%의 지분을 투자하는 대가로 최소 1명이상의 이사를 임명하고 재무제표를 포함한 모회사의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권한을 갖도록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