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엿새째 하락하면서 1,305원을 뚫고 내렸다. 대세는 환율 하락으로 완전히 기울었으며 추가로 어느 선까지 하락할 것인지가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달러/엔 환율의 하락과 보조를 맞춰 역외세력이 강력한 매도 공세를 퍼부어 낙폭이 깊어졌다. 은행권의 손절매와 업체 네고물량까지 가세, 공급우위의 장세가 뚜렷한 모습.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4.40원 내린 1,304.40원에 오전장을 마쳤다. 개장초 외국인의 주식순매도 전환, 주가 약세 등으로 반등 요인을 내세웠던 환율은 역외매도세에 밀려 꾸준한 하락 궤도를 그렸다. 지지선으로 인식되던 1,305원에 기댄 일시적인 달러매수(롱)플레이도 반등 요인의 실종으로 손절매도로 방향을 바꿨다. 반등할 만하면 역외세력의 물량, 외국인 주식순매수분과 네고물량의 공급 등에 떠밀렸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개장초 반짝했던 달러매수(롱)마인드는 역외세력의 '습격'에 의해 꼬꾸라졌다"며 "역외는 계속 달러매도초과(숏)포지션을 끌고 가면서 반등할만하면 물량을 공급했고 은행권의 달러되팔기(롱스탑)이 가세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물량이 채워지고 있어 살 명분이 없으며 1,301∼1,305원 사이 갭을 메꿔야 함을 감안하면 저점 테스트가 어디까지 이뤄질 지가 관건"이라며 "오늘중 힘들 수도 있지만 1,300원까지 흐를 여지가 있으며 반등해도 1,305∼1,306원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첫 단추는 달러매수(롱)로 채웠으나 달러/엔 130엔이 깨지면서 해외투자은행(IB)들이 계속 무시못할 물량을 공급했다"며 "부분적인 결제수요가 있지만 물량이 쌓여 반등은 상당히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그는 또 "어제 종가가 중요한 레벨이었으나 개장초 차트상 뚫리면서 상당히 내려온 수준이라 어떤 선에서 지지될 지가 관건"이라며 "일단 오후장에서 1,303원까지 보고 있으며 물량이 쌓인 탓에 1,306원선 중반만 가도 버거울 것"으로 내다봤다. 밤새 역외선물환(NDF) 환율은 엔 강세와 뉴욕 증시 하락 등으로 장중 1,309원까지 떨어진 끝에 1,310.50/1,311.50원에 마감했다. 전날보다 0.20원 높은 1,309원에 출발한 환율은 개장 직후 1,309.80원으로 올랐다가 역외 매도 등의 강화로 하락 반전, 10시 41분경 1,306.10원까지 미끄러졌다. 환율은 한동안 1,306원선에서 횡보하다가 달러/엔 추가 하락, 은행권 손절매도 등으로 1,304원선으로 내려섰으며 11시 57분경 1,303.90원까지 저점을 경신했다. 장중 지난 1월 7일 기록한 1,300.20원이후 가장 낮은 저점.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오후 12시 13분 현재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206억원, 162억원의 매도우위를 기록중이다. 닷새만에 순매도로 돌아섰으나 개장초에 비해 규모가 줄면서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 달러/엔 환율은 이날 낙폭을 확대, 130엔 밑에서의 흐름을 강화하며 낮 12시 현재 129.81엔을 기록중이다. 달러/엔은 전날 뉴욕 증시의 부진 등으로 이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인 129.96엔을 기록했으며 이날 130엔 밑으로 가는 것을 불편해하고 있는 일본 정부의 잇단 구두개입에도 시장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날 시오가와 일본 재무상이 '130∼135엔' 수준이 일본 경제 펀더멘털과의 합일점으로 발언한데 이어 미조구치 젬베이 재무성 국제금융국장도 '안정적인 환율 움직임'을 강조했으나 약발을 받지 못했다. 또 앨런 그린스팬 미국 연방 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미국 경제 회복속도에 대한 의문을 표명, 최근 달러화 약세의 흐름을 강화했다. 한편, 산업자원부는 이날 수출촉진 간담회에서 이달 수출이 10% 안팎으로 늘고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산자부는 이달 들어 하루평균 수출액이 3월보다 적고 지난해 4월의 부진한 수출 실적과 조업일수 등을 감안할 때 실질증가율은 6.7% 정도를 기록, 본격적인 수출회복세로 진입했다고 단정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