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 1.4분기 시장의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Earning's Suprise)'의 기록적인 실적을 냈다. 매출과 순익이 사상최대치를 달성했고 이익률은 세계 IT(정보기술)기업중 최고수준인 20%를 넘는 진기록을 세운 것이다. 차입금보다 보유현금이 많은 재무구조도국내외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양적 성장은 물론 질적 측면에서도 세계 유수의 선진기업 못지않은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국의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의 이번 실적은 종합주가지수 1천포인트 돌파의 모멘텀이 될 것이란 관망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한국경제의 전반적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기폭제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 사상최대 실적, `날개 단' 삼성전자 = 19일 뚜껑이 열린 1.4분기 실적은 분기기준으로 매출(9조9천억원)과 순익(1조9천억원)이 `사상최대'를 달성한 것으로 요약된다. 최대 호황기로 꼽혔던 2000년 3.4분기(매출 8조7천억원, 순익 1조6천억원)실적을 크게 웃돌았다. 다만 영업이익(2조1천억원)이 그 당시 2조1천770억원보다 다소 못미치지만 '내용'으로는 사실상 사상최대로 봐도 무방하다는게 주변의 분석이다. 올 1.4분기 매출은 국내기업 최초로 10조원 돌파에는 실패했지만 거의 근접한 9조9천억원을 기록했다. 시장의 최대관심은 양적 성장보다도 질적인 이익구조에 쏠려있다. 우선 영업이익은 2조1천억원으로 작년 동기(1조6천100억원) 대비 30% 늘어났다. 바로 전분기인 작년 4.4분기 690억원에서 석달만에 2조원대로 올라선 것은 가히 '상전벽해'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작년 4.4분기 10% 미만에서 올 1.4분기 21%를 달성, 매출대비 이익구조가 크게 개선됐다. 순익은 사상최대치인 1조9천억원으로 작년 4.4분기(4천억원)보다 375% 증가했다. 다만 이번 분기실적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영업이익이 순익보다 높아진 점이다. 불황이 심했던 작년 영업이익이 매우 작았음에도 지분법 평가과 세금감면 등 '기술적 요인'을 반영, 순익이 상대적으로 높게 잡았던 점을 감안하면 다소 의외다. 이는 올들어 실적호전으로 순익 폭이 너무 커질 것을 우려, 영업이익에서 세금분만을 그대로 빼 순익을 책정한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이익구조가 개선되면서 재무구조가 부채비율의 경우 43%에서 36%로 줄고 순차입비율은 -1%에서 -7%로 확대된 점이 주목된다. 차입금보다 보유현금이 많은 초우량 재무구조를 과시하고 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매출목표가 당초 31조4천억원을 크게 웃도는 40조원 이상을 달성하고 순익도 7조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매출 34조3천억원에 사상최대의 6조원 순익으로 사상최대의 실적을 낸 2000년보다도 훨씬 높은기록이 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순익규모로 세계 10위권 진입이 확실시될 것이라는 기대섞인 전망도 있다. 특히 최근 세계 주요전자업체 상당수가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표'를 공개하고 있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비상'이 더욱 돋보인다는 평가다. 노키아와 GE,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은 최근 시장의 기대에 크게 못미치는 실적을 냈으며 실적발표를 목전에 둔 일본 소니도 사정이 마찬가지라는 관측이다. ◆ 반도체.LCD.휴대폰 '대박' = 작년말 실적악화에 허덕이던 삼성전자가 석달만에 '초호황'을 거둔 것은 반도체.LCD.휴대폰 등 주력 '3대종목'이 동시다발적으로 호황을 맞은 것이 직접적 요인. 작년 경기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던 D램부문은 올들어 완연한 회복세다. 작년말 128메가 D램 기준으로 개당 1달러선까지 내려갔던 고정거래가는 4.5달러선까지 뛰어올랐고 고부가가치 DDR 판매도 급증했다. TFT-LCD 역시 평균판매가격(ASP)이 15인치 제품 기준으로 작년 12월대비 10∼15% 가량 상승, `제2의 호황기'를 맞고 있다. 이에따라 반도체부문 매출은 전분기(2조원) 대비 45% 증가한 2조9천700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전분기 -2천100억원에서올 1.4분기 9천900억원으로 급반전했다. 이에따라 영업이익률은 과거 반도체 호황기(20%)를 넘는 33%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번 1.4분기 실적의 최대 관전포인트는 휴대폰이다. 작년 내내 `효자노릇'을 해온 휴대폰은 올들어서도 날개를 단 형국이다. 1.4분기 판매대수가 약 1천만대 수준으로 작년 동기대비 200% 가까이 급증했고 영업이익률도 작년 4.4분기 21%에서 27%로 급상승했다. 세계 1위의 휴대폰업체인 노키아의 1.4분기 순익은 작년동기대비 10% 이상 축소돼 확연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실적이 미미했던 디지털 미디어부문과 생활가전도 올들어 괄목한만한 성장을 일궈내고 있다. 특히 생활가전 부문의 영업이익은 작년 4.4분기 295억원 손실에서 1천100억원의 흑자로 반전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각 사업부문이 모두 'A학점'에 해당하는 성적표를 받은 셈"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초호황의 이면에는 단순한 업황(業況) 호조 외에 `황금분할'식으로 균형잡힌 삼성 특유의 사업모델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반도체, 정보통신, 디지털미디어,가전으로 이어지는 디지털융합사업포트폴리오로, 한 사업부문이 위축되면 다른 부문이 호조를 보이는 식으로 수익구조가 안정화돼있는 것. 이에따라 작년 반도체 불황때도 4조원이 넘는 설비투자와 R&D 활동에 주력, 올해초 초기 호황국면에서도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선순환 구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 앞으로의 전망 = 일단 삼성전자의 올해 기상도는 장밋빛이다. 작년에 죽을 쑤던 D램 경기는 완만한 `U'자 형태로 회복국면을 이어가고 TFT-LCD는 적어도 1∼2년간 `제2의 호황기'를 누릴 전망이다. 휴대폰도 기대이상의 매출신장이 기대된다. 이런 사업여건에 따라 삼성전자의 신용등급은 최근 일본 R&I사의 A- 등급 신용평가에 이어 무디스로부터도 상향조정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올해 설비투자 계획을 3조500억원에서 1조원 가량 늘린 4조5천억원으로 상향조정한 것도 일종의 자신감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IT 경기 전반이 조기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은 아직까지 조심스러운 실정이다. 노키아 등 일부 IT기업은 최근 올해 성장전망을 점차 하향조정하고 있는 추세다. 무엇보다도 반도체와 TFT-LCD가 경기변동에 민감한 종목이라는 점이 삼성전자로서는 불확실한 요인이다. 물론 삼성전자가 D램업계내에서 최고의 원가경쟁력과 공정기술으로 독주체제를 구축, 경기악화에 따른 타격이 거의 없을 것이란 분석이 높지만 D램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D램업계 구조조정 방향과 300㎜ 웨이퍼 양산경쟁 등 변수가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어 아직까지 D램사업 편중도가 40% 가량인 삼성전자로서는 일정정도의 리스크를 안고 있는 셈이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