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세장이 이어지면서 현물시장이 선물시장을 이끄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선물과 현물 가격의 차이가 크게 벌어져도 선물과 연계된 프로그램 매수보다는 비차익 매수물량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17일 거래소시장에서 프로그램 매수물량은 3천6백50억원이 유입됐다. 이 가운데 선물과 연계되지 않은 기관의 펀드 등에서 유입된 비차익 매수물량은 1천7백37억원.차익거래 매수물량은 1천9백13억원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장중 시장베이시스가 1포인트를 넘어서는 강세장이었음을 감안하면 차익거래를 통한 프로그램 매수가 이보다 훨씬 많아야 정상이라고 말했다. 황정현 현대증권 선임연구원은 "지난주 흑삼병이 나타나며 시장이 조정의 분위기로 돌아선 것도 선물가격 하락→프로그램매물 출회→지수하락 악순환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황 선임연구원은 그러나 "지수 하락시마다 수익증권으로 돈이 지속적으로 들어와 수급이 탄탄해진 데다 삼성전자 등 대형주의 실적이 예상치를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우려했던 프로그램 매도물량을 받아내는 저가 매수세가 커졌다"고 덧붙였다. 이러다 보니 기관도 현물을 사면서 선물을 파는 차익거래보다는 주식만 사는 비차익거래에 치중하고 있다. 지난 11일 이후 시장베이시스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차익거래 매수규모는 1천억원 이하로 줄어든 반면 비차익거래 규모는 1천억원을 넘어섰다. 박은용 한화증권 선물영업팀 차장은 "국내 기업들의 재평가를 바탕으로 강세장이 나타나자 현·선물시장의 왜곡된 흐름이 잡혀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