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지수가 930선을 돌파하며 26개월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닷새째 올랐다.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순매수하며 지난주 내내 시장을 휘감았던 '수급불안감'이 해소되면서 추가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주가가 경기회복 기대 속에서 기업실적도 감소폭이 줄어들 것이라는 '바닥 긍정론'이 나오는 듯한 모습이어서 외국인 매도 공포감은 해소될 전망이다. 이처럼 수급 여건이 양호하게 됨에 따라 시장은 단기 조정폭에 대한 걱정을 떨치고 삼성전자 등 기업의 실적 발표를 둘러싸고 '실제값과 기대값' 사이에서 움직일 전망이다. 대우증권의 투자분석부 조재훈 팀장은 "미국 시장과 연동되겠지만 외국인이 사주면 수급에 문제가 없다"며 "앞으로 주식시장은 실적 우량주로 압축하면서 950선대를 바라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주가 26개월 최고치 경신 = 17일 종합주가지수는 장중 932.67까지 오른 가운데 전날보다 29.22포인트, 3.24% 급등한 930.51로 마감, 종가기준으로 연중 최고치이자 지난 2000년 2월 11일 953.22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는 87.43으로 0.92포인트, 1.06% 오르며 사흘째 상승했다. 코스피선물 6월물은 117.30으로 4.20포인트, 3.71% 오른 가운데 시장베이시스는 플러스 0.40의 콘탱고로 마쳤다. 미국 주가 반등에 외국인과 기관이 대량 순매수를 유입시키며 상승을 이끌었고 삼성전자가 40만원을 돌파하며 사상최고치를 세웠다. 외국인이 나흘만에 2,663억원을 순매수로 전환했고 선물시장에서도 7,025계약이나 대량 순매수를 하며 기관의 프로그램 매수를 유인했다. 기관은 증권과 투신이 합작하며 2,745억원을 사들였다. 개인은 5,269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날 프로그램 매수는 모처럼 차익거래가 활발해진 가운데 4,500억원이 넘는 대량 매수가 터졌다. 프로그램 매수는 차익 2,165억원, 비차익 2,345억원을 합쳐 모두 4,510억원에 달했다. 매도는 차익 252억원, 비차익 609억원을 더해 861억원에 그쳤다. 삼성전자가 4.37% 급등한 40만6,000원으로 마쳤고 SK텔레콤도 4.87% 오르며 28만원에 들어섰다. 삼성전기, 삼성SDI 등도 실적 발표를 앞두고 11%나 폭등했다. 업종별로는 차익실현 매물이 나온 철강금속 업종만 하락하고 나머지 전 업종이 오른 가운데 상승종목이 496개로 하락종목 283개를 크게 상회했다. 코스닥시장은 개인이 홀로 분투한 가운데 장후반 개별종목이 급락하는 등 종목별 약세가 진행되면서 상승종목이 368개로 줄었다. 그러나 하락종목 346개보다는 많았다. ◆ 실적주 압축 장세 = 국내외적으로 기업실적 발표가 본격화되면서 이번주는 수급불안감이 다소 완화되는 가운데 실적이 최대 화두가 될 전망이다. 일단 시장은 900선에 안착하면서 930선으로 올라선 힘을 바탕으로 매도보다는 보유 내지 매수쪽으로 방향을 잡는 것이 유리하다는 관측이다. 현대증권의 정선호 과장은 "미국 시장이 안정되면서 조정폭에 대한 인식보다는 추가 상승 예상이 커진 상태"라면서 "930선을 돌파하면서 일부 차익실현 매물도 나와 눌림목도 예상되나 일단 950대를 보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주가가 1,000선에 다시 다가설 것이라는 기대가 생겨났으나 단기 상승에 따라 고점 저항이 예상되고 있다는 점에서 '실적 모멘텀'이 나와줘야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주의 경우 시장의 최대 관심인 삼성전자가 오는 19일 실적을 발표하고 이에 앞서 18일에는 LG전자가 실적을 내놓는다. 또 이날 폭등했던 삼성전기, 삼성SDI 등도 다음주 월요일과 화요일에 연달아 실적을 발표하는 등 '발표 릴레이'가 이어질 예정이다. 삼성증권의 유욱재 수석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사상최고치인 40만원에 들어섰으나 추세선으로 볼 때 42만원이 저항선이 될 것"이라며 "1/4분기 영업이익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2조원으로 높아진 만큼 '뉴스에 판다'고 하더라도 액수에 따라 반응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1/4분기 실적이 오후 4시에 증권거래소에서 발표되지만 이에 앞서 컨퍼런스 콜에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영업이익이 2조원이나 2조원 이하면 매도가 많아지고, 2조원 이상이면 그 이상의 '실적 증분'만큼 상승폭이 달라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 미국 증시 변동성 확인해야 = 그러나 미국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지, 외국인 매수가 이어질 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작업이 필요하다. 미국 나스닥지수가 1,800선을 회복하고 다우지수도 10,300선에 올라왔으나 하락 추세선을 완전히 탈피한 것은 아니다. 또 20일이나 60일 등 중기 이동평균선을 아직 위에 메고 있는 상황이어서 추세전환을 단언하기는 이르다. 삼성증권의 김승식 증권조사팀장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미국 주가는 밸류에이션(valuation)이 너무 높고 IT부문의 투자가 살아날 지 의문"이라며 "미국 증시는 전체적으로 플랫(flat)한 상태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특히 외국인 매매가 미국 기업의 실적 발표와 동조화할 가능성이 있어 종목별로 매매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영증권의 김인수 팀장은 "외국인이 한 달여만에 대량 순매수했으나 외국인 매매는 매도둔화 차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듯하다"며 "더욱이 외국인 매매가 은행과 우량주를 중심으로 단기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종목별 매매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기면에서 4월중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설 전망이나 예상치는 두자리수대의 급등세는 아닐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기대치를 다소 낮출 필요가 있다. 이날 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은 유럽연합상공회의소 초청 오찬강연에서 4월중 수출증가율이 7∼8%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영의 김인수 팀장은 "수급개선으로 조정기간이 짧아지고 930선을 돌파해 추세를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1/4분기 국내 기업실적이 기대를 충족시키는 가운데 2/4분기 전망과 미국의 IT투자가 수출면에서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의 경우 미국 기업들과는 달리 밸류에이션이 아직 낮고 실적 호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실적 또한 예상보다 높아질 수도 있어 우량주의 장세 장악력은 확대될 전망이다. 대우증권의 조재훈 팀장은 "삼성전자 등 실적 발표 시점에서 매도냐 매수가 판단되는 모습이 연출될 것"이라며 "거래소든 코스닥이든 1/4분기 실적 우량주로 압축해 종목별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