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미국 증시의 상승을 발판으로 큰 폭으로 치솟아 장중 930선을 넘어섰다. 지난주까지만해도 상승모멘텀이 없어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합창했던 증권사 투자전략가들은 예상과 달리 주가가 많이 오르자 향후 전망을 장밋빛으로 수정하기에 바빴다. 증시가 짧은 조정에 이어 다시 급등세로 돌아선 것은 시장의 발목을 잡았던 외국인투자자들이 매수로 돌아서고 미국시장이 안정을 되찾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시장만 견조한 흐름을 보인다면 월드컵 이전 1,000선 돌파가 어렵지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증시 급등이 시장의 모멘텀 기업실적과 회계부정에 대한 우려로 그동안 흘러내리기만했던 미국 증시는 전날 기술주를 중심으로 모처럼 큰 폭으로 상승, 다우지수 10,000선, 나스닥지수 1,800선의 지지력을 확인했다. 나스닥지수는 63.01포인트(3.59%)나 급등한 1,816.79를 기록했고 다우지수도 207.65포인트(2.06%)나 올라 10,301.32에 마감됐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와 노벨러스시스템즈의 실적 개선 소식에 반도체주들이 급등했고 통신업체인 스프린트도 지난 1.4분기 실적이 전문가들의 당초 전망치를 상회한다고 밝혔다. GM과 존슨앤존슨 등의 실적 호재도 재료가 됐다. 여기에 미국의 공업, 광업, 기계류 등의 생산성을 나타내는 월간 산업생산이 2년래 최대폭인 0.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고 소비자물가지수가 당초 전망치 보다 낮다는 것도 투자자들에게 어필했다. 실물경제의 이같은 회복세는 금리상승에 대한 불안감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밀어내고 경기회복에 초점이 모아지도록 유도했다. ◆오랜만에 외국인이 장세 주도 미국 시장이 급등하면서 그동안 파는데 주력했던 외국인투자자들이 본격적인 매수에 나서면서 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외국인들은 이날 오후 1시57분 현재 2천15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는 장외에서 외국인들이 SK텔레콤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여 1천877억원의 매수 우위를 보였던지난 11일을 제외하면 지난달 5일(2천962억원)이후 첫 대규모 순매수다. 순매수 종목도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I 등 그동안 집중적으로 매도했던 것들에 국민은행, 현대차 등 실전호전 종목들이 더해져 외국인들이 이제 `팔자'를 마무리하고 매수로 돌아섰다는 안도감을 느끼게 했다. 골드만삭스증권 임태섭 이사는 "외국인들은 그동안 차익실현을 하면서도 이 자금을 가져가지않고 재매수를 노리고 있었다"면서 "미국 시장 안정이 확인되면 다시 매수에 본격 나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 주변 자금 흐름도 양호 증시 주변자금흐름도 우호적이다. 투신.자산운용사의 순수주식형 수익증권과 뮤추얼펀드의 수탁고는 15일 현재 9조3천711억원으로 지난 9일 이후 1주일동안 3천320억원이 증가했다. 주식형 수탁고는 장기증권저축 가입이 지난달로 끝나고 지수가 900선 부근에서 조정에 들어가자 자금유입이 주춤해지면서 이달들어 8일까지 1천140억원 줄었으나 지난 10일 증시가 급락하면서 저점매수세가 몰려 하루만에 1천억원이 들어오는 등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브릿지증권 김경신 상무는 "주식형상품에 자금이 유입되면서 기관들의 매수여력이 1조5천억원 정도 생긴 것으로 추정돼 당분간 기관이 이끄는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예탁금은 지난 15일 기준으로 11조7천억원을 기록, 한달여만에 11조원대로 내려섰으나 주가가 다시 오르기시작했기때문에 12조원대를 곧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가 1,000선 돌파 시간문제 주가 상승세가 `코리아 대표주'인 삼성전자를 비롯한 시가총액 상위사들의 주도로 이뤄지고 있기때문에 지수 1,000선 돌파는 시간문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한빛증권 신성호 리서치담당 이사는 "19일 발표되는 삼성전자의 실적이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한다면 실적장세가 펼쳐지면서 주가의 추가 상승세가 이어져 연내 1,200선까지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 임 이사도 "외국인보다는 기관이 이끄는 장세가 예상된다"며 "경기회복과 함께 기업실적을 모멘텀으로 급등-조정-급등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3.4분기 초반엔 1,100선까지 다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LG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그동안 시장을 눌렀던 미국증시 불안과 외국인 매도가 한꺼번에 해소된만큼 이번 상승세는 950선 정도까지 지속되는 것으로 봐야할것"이라며 "추가상승은 기업실적과 수출회복이 받춰줘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개선 업종 대표주가 시세 선도 전문가들은 실적개선 업종대표주나 수출관련주들이 향후 시세를 이끌 것이라는 데 의견을 대부분 같이했다. 특히 기관투자자들이 향후 시장을 주도할 것이기때문에 이들이 선호할 종목에 관심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키움닷컴증권은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제일제당, 국민은행, 제일기획, 삼성증권, 대한항공, 태평양, 휴맥스, LG홈쇼핑 등 업종대표주를 투자유망종목으로 제시했다. 삼성증권의 이윤경.장근난 애널리스트는 2.4분기의 테마는 수출관련주가 중심이될 것이라면서 삼성전자, LG전자, 삼성전기, 삼성SDI, 대덕전자, 삼보컴퓨터, 대덕GDS, 코리아써키트, 삼화전자, 삼영전자, 자화전자, 팬택 등을 추천했다. LG증권 황 팀장은 "종목선택은 실적주위주로 해야한다"면서 "삼성전자, 현대차, 삼성전기, 삼성SDI 등 업종대표주들은 실적개선폭이 기업전체의 평균치보다 훨씬 클 것이기 때문에 이들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일반투자자들의 경우 이미 주가가 많이 올라 종목선택이나 시장대응이 만만치않기 때문에 직접투자 보다는 간접투자가 유리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기자 kim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