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금리가 사흘만에 상승했다. 금리는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 인상을 시사해 상승 출발한 뒤 오전중 통안채 입찰 등의 '악재'가 이어져 상승폭을 키웠다. 종합주가지수가 900선을 다시 돌파하자 주식시장 침체 분위기가 일단락됐다는 기대가 커졌다. 미국 금리는 하락했으나 미국과 달리 국내 펀더멘털은 견실하다는 인식이 금리 상승을 뒷받침했다. 16일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권 2002-4호 수익률은 전날보다 0.05%포인트 오른 6.51%를 기록했다. 장 마감 무렵 3년 만기 2002-1호는 5.64%를 기록, 0.04%포인트 올랐다. 2002-1호 수익률은 6.53%로 갭업 출발한 뒤 6.55%까지 올랐다가 오후 들어서 박스권 장세를 의식한 저점 매수세가 다소 등장해 상승세가 누그러졌다. 5년 만기 2002-5호 수익률은 7.08%로 전날보다 0.03%포인트 올랐다. 통안채 2년물은 0.05%포인트 오른 6.40%를, 통안채 1년물은 0.01%포인트 상승한 5.45%를 각각 가리켰다. 회사채 역시 상승했다. 3년 만기 무보증회사채 가운데 AA- 등급은 0.05%포인트 오른 7.24%를, BBB- 등급은 0.04%포인트 오른 11.23%로 각각 마감했다. 국채 선물은 이틀 연속 하락했다. 6월물은 102.69로 0.13포인트 밀렸다. 오전중 102.64까지 하락한 뒤 낙폭을 다소 회복했다. 거래가 오전중 활발했으나 오후 들어 뜸해져 거래량은 4만2,330계약에 머물렀다. 국채 선물 시장에서 외국인이 572계약, 투신사가 316계약 순매수한 반면 은행은 502계약, 증권사는 712계약 순매도했다. 이날 통안채 입찰은 종목의 만기가 당초 예상보다 길어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됐으나 무리없이 이뤄졌다. 한국은행의 통안채 2년물 2조원 입찰은 전액이 금리 연 6.42%에 낙찰됐다. 응찰 물량은 3조5,000억원이었으며 부분 낙찰률은 67.5%를 기록했다. ◆ 한국은행, "물가 우려" = 박승 한은 총재는 이날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경제비전21' 토론회에서 "우리 경제가 국민들이 기대한 것보다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며 "더 이상 통화완화 정책은 쓰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지난 월 초 박 총재가 금융통화위위원회 후 기자설명회에서 밝힌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미국 경제 회복 속도가 빠르기 않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퍼지기 시작한 국내 금리 인상 또한 늦춰질 것이라는 기대를 꺾기는 충분했다. 지난 주 진념 전 경제부총리가 퇴임 전 "수출 부문의 불확실성이 아직 남아있다"고 밝혀 금리 인상이 순연될 것이라는 기대는 설득력을 얻었었다. 또 박승 한은 총재가 "올해 전체로 보면 물가 상승 압력 위험이 크지 않지만 현 상황에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내년 물가 상승률은 4% 이상이 될 것"이라고 덧붙인 것도 물가 우려를 키우며 채권 시장 투자 심리를 악화시켰다. 이 같은 발언에도 불구하고 투자 심리는 금리 인상과 관련해 지나친 우려를 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선물회사 관계자는 "금리 인상은 석달 정도의 시차를 두고, 시장 사람들이 예상하는 시기에 금리를 올리겠다고 한은 총재가 밝힌 것을 볼 때 급격한 금리 상승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 4.0%인 콜금리는 7월 이후에 처음 인상될 가능성이 크고 이는 당초 전망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 미국 경제 지표 주시 = 전날 미국 채권 시장 금리는 기업 실적 악화에 따른 주가 약세로 하락했다. 국내 채권 금리는 이와 상반된 움직임을 보였으나 미국의 경제 지표가 크게 호전된 것으로 나와 미국 채권 금리가 상승할 경우 투자 심리가 불안한 국내 채권 시장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증권의 오동훈 연구원은 "최근 우리 채권 시장은 악재에 민감하다"며 "미국 채권 금리 하락 쪽보다 상승 쪽에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16일 미국에서는 비교적 채권 시장에 중요한 지표인 소비자 물가와 산업생산이 발표된다. 17일에는 앨런 그린스팬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의회에 출석해 증언한다. 시장 관계자들은 3월 소비자물가는 2월의 0.2%보다 상승 폭이 커져 전달대비 0.5% 상승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3월 산업생산은 전달대비 0.6% 증가해 증가율이 2월의 0.4%보다 확대됐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경닷컴 양영권기자 heem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