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발표된 하이닉스반도체의 1.4분기 실적은 반도체업계가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성장궤도에 진입했음을 공식확인했다는데 상징적 의미가 있다. 작년 반도체 경기급락의 직격탄을 맞았던 하이닉스가 D램 경기호조로 매출 급신장과 함께 수익성이 개선, 1년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순익 폭이 '선언적'수준에 그치고 있지만 독자생존도 기대해 볼 만큼 업황이 호전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하이닉스에 이어 금주중 발표될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주요기업들의 실적도 전자업종을 중심으로 다시 호황기에 접어들고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 하이닉스 1.4분기 실적내용 = 반도체 경기회복을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1.4분기 매출은 전분기 대비 63% 증가한 8천230억원이고 이중 13%인 1천90억원이 순전히 영업으로 벌어들인 이익이어서 악조건속에서도 선전했다는게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D램 판매가격이 128메가 D램 기준으로 4.4분기 1.84달러에서 올 1.4분기 4.30달러로 급상승한 덕택이다. 그러나 영업이익중 대부분이 금융비용에 충당돼 분기 순이익은 30억원에 그쳐 과다부채에 따른 재무구조 문제점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지난 1-2월 영업이익이 80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시황이 좋았던 3월 영업이익이 290억원에 그친 것은 다소 의외라는게 주변의 지적이다. 이는 통상 1-2월 영업이익이 전년도말 재고자산 평가분을 반영, 다소 부풀려지기 때문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3월부터 영업흑자를 냈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업계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런 추세대로 라면 독자생존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물론 비수기인 2.4분기 조정국면에 접어들고 앞으로의 추이도 안개속이지만 하이닉스가 사업지표의 `눈높이'를 크게 낮춰잡아 독자 정상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이닉스는 올해 128메가 D램 기준으로 평균 판매단가(ASP)가 최저 3.2달러선만 유지해도 매출 5조원을 달성, 채권단의 지원없이 독자생존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이닉스 시나리오에 따르면 올해 최저 2조5천억원의 현금흐름을 창출, 1조3천억원의 설비투자와 4천억원의 금융비융 등을 충분히 충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하이닉스의 평균 판매단가는 4.5∼4.7달러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게 하이닉스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 매각협상은 답보 = 이런 와중에 채권단이 추진하고 있는 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간 매각협상은 이달초 하이닉스측이 마이크론에 역제안 형태로 수정협상안을 보낸 이후 한치의 진전도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적재산권 우발채무, 신규지원 지급보증, 주식매수청구권 등 양측간 미합의 쟁점도 있지만 마이크론 내부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게 채권단 주변의 분석이다. 특히 마이크론 주가가 예상보다 훨씬 큰 폭으로 하락, 매각대금으로 지급해야 할주식 수가 크게 늘어날 우려가 있는 점이 문제다. 지난해 12월초 하이닉스와 제휴협상 발표 이후 마이크론 주가는 한때 40달러 선으로 올랐으나 지난주 30달러가 무너진 뒤 줄곧 29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도시바와 D램 부문 협상도 하이닉스와의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안고 있다. 채권단쪽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전체 매각대금 38억달러중 실제로 채권단이 회수할 수 있는 돈은 5억달러에 불과해 청산가치에도 못미친다는 분석이다. 미국법인부채 10억달러를 갚고 주식매수청구권에 10억달러를 지급한 뒤 ▲우발채무 대비 에스크로우 계좌 예치 5억달러 ▲손해배상 청구 대비 잔존법인 유보자금 5억달러 등을빼고나면 5억달러에 그친다는게 채권단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하이닉스도 매각여부와 무관하게 자체 설비투자에 나서고 있어 분위기 반전을 꾀하는 표정이 엿보인다. ◆ 금주가 분수령 = 그러나 매각협상이 자칫 결렬되고 독자생존 쪽으로 방향을틀 것으로 속단하기는 무리라는 시각이 많다. 올해는 반도체 경기가 안정기조를 보인다 손치더라도 내년 이후의 경기변화를 예측하기 힘들고 특히 각 D램업체들이 다시금 증산경쟁에 나서는 점도 가격을 다시 약세로 몰아갈 우려를 낳고 있다. 또 하이닉스가 0.13마이크론 공정과 300㎜ 웨이퍼 투자를 적기에 따라잡을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채권단 고위층들은 정부 정책 고위담당자들과의 `교감'을 거쳐 매각 쪽으로 방향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회수 가능성이 낮더라도 추가적 지원부담을 안을 수 있는 하이닉스 문제에서 서둘러 벗어나야 한다는 판단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협상팀 주변에서는 금주중으로 양사간 협상이 재개되고 양해각서(MOU) 체결도 이달내 가능할 것이란 관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마이크론이 내부적 요인으로 협상을 지연하거나 아니면 아예 결렬시킬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전자업종 실적 크게 호전 = 전자업종의 대표적 기업인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휴대폰 판매 호조로 올해 1.4분기중 영업이익 2조원을 넘어 2조1천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증시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특히 지분법을 반영한 당기 순이익은 한국기업사상 최대규모인 2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 LG전자는 가전매출 호조에 힘입어 매출액이 전년보다 3% 이상 증가하고 순이익도 24% 이상 늘어날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1.4분기중으로 700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작년보다 70% 이상 이익규모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며 삼성SDI도 영업이익이 전분기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