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에 못미친 경제지표가 미국 채권 금리를 끌어내렸다. 생산자 물가가 큰 폭 상승해 인플레이션을 걱정할 만 했지만 소비자신뢰지수가 하락하고 소매판매는 예상만큼 늘지 않아 채권 시장으로 자금이 몰렸다. 또 중동 지역의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주말을 앞두고 안전자산인 재무부채권에 대한 매력이 증가했다. 12일 오후 3시 현재 30년 만기 재무부 채권 수익률은 전날보다 0.02%포인트 하락한 5.65%를, 10년 만기 재무부 채권 수익률은 0.04%포인트 하락한 5.16%를 기록했다. 단기물 금리가 장기물보다 더 크게 하락, 투자자들의 경기에 대한 불안한 심리를 반영했다. 5년 만기물 수익률은 4.50%, 2년 만기물 수익률은 3.37%로 모두 0.05%씩 밀렸다. 노동부는 지난 3월 생산자물가가 전달보다 1.0% 상승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1.1% 이후 가장 큰 3월 상승률은 전달의 0.2%는 물론 당초 예상치 0.7%를 상회했다. 식료품가격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핵심물가지수는 0.1% 상승해 최근 원유값 상승이 물가 급등의 주요인임을 짐작케 했다. 이 기간 동안 가솔린 가격은 지난 99년 4월 이후 가장 큰 폭인 21.3%나 급등했다. 2월 상승률은 4.5%에 불과했었다. 그러나 소비자 지출이 예상 만큼 늘지 않아 인플레이션 우려는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무부는 3월 소매판매가 전달보다 0.2% 증가했다고 밝혔다. 당초 이코노미스트들은 0.4%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했었다. 2월 소매판매는 당초 0.3% 증가했다고 발표됐으나 0.2% 증가한 것으로 수정 발표됐다. 자동차를 제외한 3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상에 들어맞는 0.4%였다. 소비자 신뢰지수는 최근 주가 약세 등으로 예상을 깨고 하락했다. 미시건대는 4월 소비자신뢰지수가 94.4를 기록, 전달 95.7보다 하락했다고 밝혔다. 시장 기대치는 96.5였으나 이에 크게 못미쳤다. 경제 지표 호조세가 주춤하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상이 늦춰질 것이라는 기대가 더욱 힘을 얻었다. 연방기금선물 금리추이에 따르면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시장 관계자들은 5월에 연방 기금 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될 가능성을 80%로 봤으나 최근에는 가능성을 15% 이하로 낮춰 잡았다. 6월이전에 0.50%포인트까지 인상될 것으로 전망했던 시장 참가자들은 이제 0.25%포인트 인상될 가능성을 80%로 보고 있다. 2년물 재무부채권 금리와 10년물 재무부 채권 금리의 스프레드도 1개월중 가장 큰 1.79%포인트로 커져 시장 참가자들이 당장 금리가 인상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시장은 다음 주 수요일 앨런 그린스팬 FRB의장이 의회 증언에서 어떤 말을 할지 주목하고 있다. 한편 이날 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정책 지지자 우고 차베스 베네주엘라 대통령이 사임함에 따라 베네주엘라의 원유 공급이 곧 정상화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크게 하락했다. 베네수엘라 정유회사 PDVSA 간부들은 이날 차베스 대통령 정부에 반대해 벌이던 파업을 접고 15일부터 회사가 100% 정상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상품 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 6월 인도분은 한때 배럴당 6%정도 급락, 인플레이션 우려를 덜며 채권 수익률 하락에 일조했다. 한경닷컴 양영권기자 heem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