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금리가 미국 채권금리 상승과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의 중립 선회 가능성이 제기되며 상승세로 마감했다. 특히 갭업 개장 뒤 횡보하던 차에 장 후반 MMF 듀레이션을 산정할 때 통안채와 국채가 편입될 가능성이 크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추가 상승했다. 장 막판 통안채 입찰에서 일부만 낙찰된 것도 투자 심리를 악화시켰다. 주식시장이 미국 기술주 상승에도 불구하고 하락, 종합주가지수는 900선이 붕괴됐지만 채권 시장에서 매수세는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았다. 9일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권 2002-4호 수익률은 전날보다 0.06%포인트 상승한 6.58%를 기록했다. 유통물량이 절대적으로 미미해 거래는 물론 호가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3년 만기 2002-1호 수익률은 전날보다 0.03%포인트 오른 6.60%로 거래를 시작한 뒤 장중 옆걸음을 계속하다 장 막판 6.63%로 추가 상승했다. 5년 만기물 2002-2호 수익률은 전날보다 0.04%포인트 오른 7.20%를 기록했다. 전날 입찰한 5년 만기 2002-5호는 낙찰 금리, 7.17%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7.17/7.19%에 장 막판 호가가 나왔다. 회사채 수익률 역시 상승했다. AA- 등급 3년 만기 무보증회사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0.06%포인트 오른 7.30%를, BBB- 등급 수익률은 0.05%포인트 오른 11.30%를 각각 가리켰다. 국채 선물은 하루만에 하락 전환했다. 6월물은 4만3,546계약 거래되며 전날보다 0.14포인트 하락한 102.45로 마감했다. 국채 선물 시장에서 은행이 1,307계약은 순매수한 반면 증권회사는 1,046계약, 외국인은 837계약 각각 순매도했다. ◆ 금리 상승 분위기 우세 = 금융감독원에서 MMF 듀레이션 산정에 무위험 안전자산인 국채와 통안채도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월말 현재 통안채와 국고채를 제외한 MMF 듀레이션은 76.3일이었다. 반면 통안채와 국채를 포함할 경우 듀레이션은 116일로 늘어나 90일 이하로 유지돼야 한다는 규정을 어기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MMF 편입 국채 및 통안채에 대한 잔존만기는 1년 이내로 단축된 상태다. 그러나 듀레이션 산정에 국채와 통안채도 포함될 경우 만기 90일 이하물의 편입을 늘리지 않는 이상 90일 이상물의 편입 축소는 불가피하다. 이 소식으로 채권 매수가 뚝 그친 분위기가 이날 오후 통안채 입찰에도 반영됐다. 오후에 실시한 1년물 통안채 입찰은 예정물량 1조원 가운데 4,600억원만 연 5.50%에 낙찰됐다. 응찰 물량은 7,100억원에 불과했다. 전날 통안채 1년물 유통수익률은 5.43%였다. 이에 앞서 오전에 실시된 통안채 6개월물 입찰에서는 예정물량 1조원 전액이 연 4.89%에 낙찰됐다. 펀더멘털 관련 채권 시장 악재는 이어졌다. 일부 언론이 정부가 조만간 경기 관련 정책을 '경기 부양'에서 '중립'으로 바꿀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이날 진념 부총리는 올해 우리 나라 경제 성장률이 연간으로 5%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처음 밝혔다. 정부는 당초 4%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시장 관계자들은 경기 상승과 수급악재가 나오면서 금리가 하락할 요인이 거의 없다고 말하고 있다. 대한투자신탁증권의 유승곤 애널리스트는 "악재가 누적됐다"며 "금리 상승트랜드가 확실한 가운데 당분간 매수세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양영권기자 heem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