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조정 국면에 들어간 것인가. 9일 종합주가지수는 3일째 하락하며 880선까지 밀려났다. 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연일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수 900돌파의 일등 공신이었던 기관들도 이렇다할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주식형 펀드자금의 유입도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같은 장세변화에 대해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의 성격이 강하다고 진단한다. 우량주를 저가 매수할 기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SK투신운용 장동헌 본부장은 "과거 대세상승기에도 10~20%의 가격조정과 한두달의 기간 조정이 있었다"며 "이번 조정이 좋은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증시 안팎의 여건변화에 따른 향후 전망을 알아본다. ◇힘의 공백=최근 장세변화의 가장 큰 원인은 외국인 매도세다. 외국인은 지난 2일 이후 거래일 기준 5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다. 이 기간에만 무려 9천5백74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이같은 매도 공세는 삼성전자에 집중되면서 지수에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지난 5일간 외국인의 삼성전자에 대한 순매도 규모는 6천5백32억원으로 거래소 전체 순매도액의 68.2%를 차지했다. 그러나 외국인의 매도세는 이달들어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외국인들은 1월 중순 이후 지속적인 매도우위를 보이며 올들어서만 2조원 이상 순매도했다. 그럼에도 지수가 꾸준히 상승할 수 있었던 것은 기관의 강력한 매수세 덕분이었다. 하지만 외국인의 매물을 소화해냈던 기관 매수세가 최근 둔화됨에 따라 증시 전반적으로 매수주체와 주도주가 실종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펀드자금 유입 정체=기관이 최근 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올들어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던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주춤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 편입비율이 60% 이상인 주식형 펀드의 투신권 전체 수탁고는 지난 6일 9조9백93억원으로 지난달말 9조1천3백53억원에 비해 3백60억원 가량 줄었다. 사상 첫 트리플 위칭데이였던 지난달 14일을 계기로 하루평균 1천억원씩의 개인자금이 쏟아져 들어온 것에 비하면 자금 유입이 상당히 둔화된 모습이다. 한국투신운용 김성대 주식운용본부장은 "지수가 900을 넘어서면서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둔화되고 있다"며 "그러나 870∼880선에서 대기자금이 상당히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이번 조정기가 투신권의 실탄 보충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올들어 상승장은 기관화 장세의 초기 국면"이라며 "이번 조정을 계기로 향후에는 기관화 장세의 경향이 두드러질 것"으로 내다봤다. ◇향후 전망 및 대응전략=전문가들은 이번 조정의 골이 깊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단기적인 수급 악화에 따라 조정을 거치는 것일 뿐 펀더멘털상 상승 추세는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달중순 이후 기업들의 1분기 실적발표와 수출 실적 등이 모멘텀으로 작용하며 재상승의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B&F투자자문 김석규 대표는 "단기 급등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실적 대비 주가는 여전히 싸다"며 "이미 주가에 반영된 측면은 있으나 1분기 실적이 재상승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올들어 지금까지 상승장이 수급요인에 의한 것이었다면 앞으로는 실적 장세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투자 유망종목 추천 리스트도 수출 주도주와 실적 호전주,기관 선호 업종대표주 등에 집중되고 있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