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지수가 외국인 순매도에 치이며 900으로 바짝 밀려 단기 조정에 대한 시각이 커지고 있다. 국내 경기와 기업실적 강화라는 펀더멘털을 바탕으로 실적호전 종목에 대한 종목별 차별화가 진행되고 있으나 단기 상승한 종목이 많아 차익실현도 병행되는 등 매매공방이 치열할 전망이다. 수급면에서 외국인이 올들어 2조원 이상 순매도하면서 삼성전자에 매도압력을 가중시키고 있고 4월들어 매도성격이 차익실현을 넘고 있어 단기적으로 매수세로 전환하기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 3월말 결산을 앞두고 매수세를 유입시켰던 기관들도 매수차익잔고를 1조원 이상 쌓은 뒤 경계태세로 들어간 터이고 고객예탁금이나 주식형 펀드에 자급유입도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특히 4월 옵션 만기일을 앞두고 프로그램 청산물량이 예정된 상황에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시가총액 상위종목의 변동성이 확대될 전망이다. 신영증권의 김인수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의 매도공세가 3월말까지 포트폴리오 조정의 성격에서 미국 기술주 급락에 따른 이격조정 양상을 띠고 있다"면서 "미국이 실적발표 시즌에 들어가는 시점에서 수급면에서도 880선 정도까지는 조정요인이 부각될 듯하다"고 말했다. ◆ 종합지수 900선 턱걸이 = 8일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금요일보다 17.32포인트, 1.89% 떨어진 900.69로 마감했다. 장중 900.24까지 떨어졌으나 가까스로 900선을 지켜냈다. 코스닥지수는 KTF가 상승세를 유지한 가운데 거래소보다는 하락폭을 줄이며 0.21포인트, 0.24% 하락한 87.99로 마감했다. 이날 종합지수는 지난 주말 신한지주회사가 굿모닝증권 흡수합병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증권업계 인수합병(M&A) 모멘텀으로 상승, 장중 926.23까지 오르며 연중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외국인을 중심으로 한 차익실현 매물이 급증하며 삼성전자가 급락하고 시가총액 상위종목이 약세를 보이면서 하락전환 한 뒤 900.24까지 하락하며 900선을 테스트하다 개인 매수세로 900선을 방어하며 마쳤다. 외국인이 2,400억원을 순매도하며 나흘째 매도우위를 보였고 기관도 장후반 509억원의 순매도로 마쳤다. 개인이 2,701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방어했다. 코스피선물 6월물은 112.00으로 3.30포인트, 2.86% 급락하며 이틀째 하락했다. 시장베이시스는 장중 0.8대까지 콘탱고가 확대됐다가 외국인 매도확대와 함께 콘탱고가 줄다가 막판 마이너스 0.08의 백워데이션을 마쳤다. 이에 따라 오후 중반까지 앞서가던 프로그램 매수가 매도에 추격을 당하면서 지수관련 대형주가 약세로 전환하는 등 변동성이 확대됐다. 이날 프로그램 매수는 비차익 1,260억원을 위주로 2,080억원에 달했고 매도는 비차익 1,530억원을 중심으로 1,990억원을 기록했다. 업종별로는 신한지주회사의 굿모닝증권 합병 소식으로 급등했던 증권주가 1% 미만으로 상승폭을 줄였고 보험과 운수창고, 섬유의복, 종이목재 등을 제외하고 모두 약세로 전환했다. 종목별로는 삼성전자가 외국인 매도가 집중되면서 5% 이상 급락하며 37만원을 내줬고 현대차도 차익매물에 밀리며 5% 이상 급락했다. 포항제철, 국민은행, 삼성전기 등도 3% 안팎으로 하락했다. 그러나 신한지주가 상승세를 유지했고 굿모닝증권이 10% 가까이 급등하고 대우증권도 6% 상승하는 등 M&A 가능성이 거론되는 증권주가 대체로 강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투자심리는 오후로 갈수록 좋지 않아 거래소 전체적으로 장초반 500개를 넘었던 상승종목이 350개로 줄면서 하락종목 440개를 하회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기관 매도가 18일째 지속되면서 약세를 보였으나 거래소시장의 옵션 만기 변동성을 의식한 외국인 매수가 유입되며 낙폭이 제한됐으나 하락종목이 408개로 하락종목 325개보다 많았다. KGI증권의 황상혁 선임연구원은 "신한과 굿모닝증권간 합병은 증권업계 구조조정이 촉발되는 기제가 될 것"이라며 "옵션 만기 부담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실적호전 종목을 중심으로 단기 M&A 관련 증권 등 금융업종이나 코스닥에 대한 관심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지리한 900선 공방, 옵션만기일 변동성 = 종합지수 900선을 돌파한 뒤 1,000선을 환호하던 시장 분위기는 잠시 가라앉고 있다. 그렇다고 급락 우려감은 없다. 조정없이 우상향의 전진만 있던 장이어서 조정도 '자연스러운 과정'으로서 이해되는 분위기다. 조정없이 온 과정에 대한 놀라움이 새삼 환기되는 가운데 조정없이 계속갈 경우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일부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시장의 조정에 인식은 '휴식'에 가깝다. 그렇다고 어느 카피처럼 '떠나라'는 수준까지는 아니다. 경기와 실적 펀더멘털이 좋은 상황에서 가격부담이 줄어드는 시점을 노려 매수할 기회를 찾거나 수익률을 극대화하라는 얘기는 한편으로는 진부하고, 다른 편으로는 시중에 떠도는 말처럼 '음모론'으로 비칠 지도 모르지만 아직은 유효한 듯하다. 그러나 종합지수상으로 900선을 둘러싼 다소 지리한 공방은 이번주를 지나면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종합지수는 지난 3월 20일 올들어 처음으로 900선에 들어선 이래 거래일수로 열사흘째, 거의 네주에 걸쳐 상승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매도 지속, 3월말 결산 이후 기관의 매수 완화, 1조원을 넘는 매수차익잔고 부담, 미수금의 급증 등 투자주체별 선순환 매매패턴이 꼬이면서 손바뀜만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목요일 4월 옵션 만기일을 앞두고 약 3,000억원 가량의 프로그램 청산 매물이 출회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지수관련주에 대해 기대감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더욱이 지난 3월 하순 이래 900선 돌파가 매수차익보다는 증시자금 유입 확대를 바탕으로 비차익 위주로 기관의 자발적 매수가 있었다는 점이 변동폭을 재는 포인트로 주목된다. 삼성증권의 유욱재 수석연구원은 "옵션 만기일과 관련해 최대 4,000억원 가량이 청산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개인 등이 차익을 받아준다고 하더라도 시장상황에 따라 비차익이 얼마나 더 매물화될 것이냐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 미국 기업실적 확인 필요 = 미국 경기가 회복되는 듯하자 금리인상 경계론이 일어나고 있으나 기업실적에 대한 전망 불투명이 전개되면서 미국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기술주의 실적 약화 우려감은 자못 크다. 첨단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지수는 지난 5일 17.72포인트, 1.10% 떨어지며 1,770.03으로 마감했다. 지난 3일 주요 지지선으로 여거진 1,800선이 붕괴된 이래 20일, 60일, 120일 등 주요 이동평균선이 역배열되는 과정에 들어서며 지지선 확인이 시급한 실정이다. 다우지수의 경우 나스닥지수보다는 나은 상태를 보이면서 10,300선 안팎에서 반등을 모색하고 있으나 10,000선과 60일 이동평균선 사이의 박스권을 돌파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영의 김인수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경제가 1/4분기 회복세가 완연하다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실적 모멘텀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국내 지수가 상승할 때는 미국변수가 무시됐으나 주춤거리는 상황에서는 미국 변수는 조정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미국 실적이 지난해처럼 급격히 악화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시장에서는 1/4분기 미국 기업실적은 대략 전분기대비 10% 미만의 감소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또 1/4분기 금리인상이 제기될 정도로 미국 경제 역시 회복국면에 진입해 있다. 기업실적이 후행적이고, 기술주의 경우 여전히 고평가됐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으나 2/4분기 전망은 나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이다. 국내의 경우 이를 완화시켜줄 것 또한 실적에서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가의 경우 1/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높은 기업들이 속속 출현되면서 '실적 노출 장세'로 전환하고 있다. 주가가 900선에 도달하면서 이미 실적호전 기대감이 선반영된 부분도 없지 않고 여전히 이자도 못갚는 기업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삼성전자 실적이 사상최대를 기록하는 것으로 추정되듯이 이에 못지 않은 기업들도 맣다. 아울러 고객예탁금이 12조원, 주식형 펀드 자금유입이 속도는 줄었으나 이어지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대기매수세는 풍족한 상태다. 더불어 한국은행 박승 총재의 '시장은 금리상승에 대비하라'는 언명이 제시하듯이 금융시장내 또는 실물과 금융시장간 자금이동은 여전히 증시 방향을 향해 있다. 따라서 '소나기는 피하는 자세'를 견지하면서 딛고 있는 땅의 열기를 다소 가다듬는 호흡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신경제연구소의 조용찬 책임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추정 PER가 아직 10배를 밑돌고 증시 유동성이나 회전율을 감안할 때 고점을 논할 때는 아니다"며 "옵션 만기 이후를 대비한다면 단기적으로 M&A 등 재료보유주에 대응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핵심 블루칩에 대한 보유는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