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외국인들이 국내증시에서 보유주식을 대거 매각함에 따라 외국인들의 매매동향이 최대 관심이 되고 있다. 지난해 9·11 테러 이후 지속적으로 한국주식을 매입해 왔던 외국인들은 올 2월 들어서는 3천3백원 규모의 순매도로 돌아섰다. 외국인들의 순매도 규모는 지난달 1조2천억원으로 늘어났고 이달 들어서는 거래일 기준으로 불과 4일만에 5천억원에 달하고 있다. ◇본격적인 셀 코리아인가=우선 지난 2월 이후 외국인들이 보유주식을 왜 내다 파는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외국인들이 종목별 포트폴리오 전략을 다시 짜고 있는 점이다. 다시 말해 9·11테러 이후 보유해 왔던 주식을 내다 팔아 적극적으로 차익을 실현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덜 오른 종목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전략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아직까지는 신규매수 세력들이 매도규모에 못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의 투자성향이 바뀌고 있는 점도 중요한 요인이다. 그동안 외국인들은 안전자산과 지역을 선호(flight to quality)해 왔으나 최근 들어서는 위험한 자산과 지역에 투자하는 경향(resort to risk)이 강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기피해 왔던 TIP(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국가와 대만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한국의 정책기조가 변경되고 있는 것도 외국인들이 보유주식을 내다 파는 요인이다. 정책당국자들이 정책기조를 중립으로 돌아설 뜻을 비쳐 '고시효과(announcement effect)'를 노리는 시장에 아무리 한국증시의 차별성이 부각된다 하더라도 외국인들이 주식투자에 적극적으로 임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증시가 부진한 것도 원인=일부에서는 한국증시가 미국증시와 동조화 정도가 심해지고 있는 점도 외국인들이 주식을 내다 파는 요인으로 꼽고 있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한·미증시간의 동조화 추세에는 뚜렷한 '이중성'이 발견된다. 9·11테러 이후 이번에 외국인들이 순매도세로 돌아설 때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증시의 차별성이 부각됨에 따라 미국증시의 움직임과 관계없이 외국인들이 한국주식을 보유해 왔다. 다시 말해 참고지표로 미국증시를 고려치 않아 한·미증시간의 동조화 정도가 약화됐다. 반면 지난 2월 이후 한국증시가 어느 정도 오름에 따라 불안감을 느낀 외국인들이 참고지표로 미국증시를 다시 중시하는 과정에서 동조화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문제는 이달들어 발표되고 있는 1·4분기 미국기업들의 실적이 당초 기대수준에 못미침에 따라 미국주가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점이다. 그 결과 외국인들이 한국주식을 내다 파는 측면도 강한 것이 사실이다. ◇외국인 언제 다시 돌아오나=결론부터 말한다면 대내외적으로 외국인들에게 새로운 모멘텀이 제공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대외적으로는 역시 미국증시에서 제공할 소지가 높다. 비록 이달부터 발표되는 있는 미국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지 않고 있으나 대부분 의 예측기관들은 2·4분기 이후에는 크게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따라서 2·4분기 기업들의 실적이 발표되는 6월 이후에는 외국인들이 한국주식을 다시 매입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대내적으로는 우리가 언제 모건스탠리지수(MSCI)의 선진시장군에 편입되느냐가 관건이다. 현재 글로벌펀드들이 MSCI의 선진시장군에 투자하는 규모가 약 2조달러에 달해 우리가 속해 있는 개도국시장군에 투자하는 규모에 10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결국 앞으로 새로운 모멘텀이 제공돼 외국인들이 한국주식을 다시 매입하게 될 경우 본격적인 '종합주가지수 1,000포인트'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