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인 온라인게임 업체인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의 미국 사업이 지지부진하다. 4일 엔씨소프트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5월 1일 미국에서 상용서비스를 시작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가 서비스 1년이 돼가는데도 이렇다할 성과를 보이지 못한채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미국에서 요금을 내는 유료사용자의 누적치는 20만명이며 현재 온라인게임의 인기를 나타내는 동시접속자의 최고치가 2천500명 정도다. 게다가 리니지의 평소 동시접속자 수는 2천명을 밑돌고 있어 지난해 서비스를 시작한 시기(1천200명)와 별 차이없이 1년을 보낸 것. 하지만 엔씨소프트의 미국시장에 대한 투자는 더욱 적극적이어서 지난해 전체매출의 절반에 가까운 500억원을 들여 유명 게임개발자를 영입하는가 하면 지난해 11월에는 10억원의 마케팅비용을 들여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를 불태웠다. 또 국내에서는 볼 수 없는 마케팅으로 미국 게이머들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리니지에 접속할 수 있는 클라이언트 CD를 3달러에 팔면서 45일간의 무료사용권을 끼워주기도 했고 미국에서 사용자가 많은 매킨토시PC용 리니지도 개발했다. 국내에서 45일간 리니지를 즐기려면 4만원정도가 든다.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의 포화상태를 어느 업체보다도 잘 알고 있는 엔씨소프트의 해외시장 진출은 절박하다. 대만에서 어느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대만의 게임시장이 서울강남구 시장 규모에 지나지 않아 새로운 수입원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모를리 없는 엔씨소프트는 대만의 성공에 고무돼 일본, 중국보다 먼저 게임의 본고장인 미국시장에 발을 디밀었다. 하지만 엔씨소프트의 적극적인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시장의 벽은 높았다. 엔씨소프트 측은 "사실상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얻은 실적은 없다"며 "미국시장진출은 현지 게임개발과 온라인게임 유통사업을 위한 것이지만 아직도 리니지가 주된 사업"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뿐 아니라 올해 사업계획에도 미국 시장 매출은 거의 잡혀있지 않다. 지난해 미국시장에서만 150만달러의 수익을 올린 마리텔레콤의 장인경 사장은 "국내에서 성공한 게임이 미국에서 성공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큰 오산"이라며 "외국 게이머들의 성향은 국내와 판이해 리니지와 같은 단순한 게임은 기피하는 경향이있다"고 말했다. 미국 게임 전문가들의 의견도 리니지에 부정적이다. 지난해 12월 방한한 렐릭엔터테인먼트의 알렉스가든 사장은 "리니지는 좋은 게임이지만 미국이나 캐나다 게이머들이 원하는 사운드, 그래픽이 아니다"라며 "성공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현재 엔씨소프트의 미국시장 대책은 오는 5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E3게임쇼에 전시부스를 마련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게임시장 규모가 국내의 수백배에 달하는 미국시장을 공략하지 못한다면 최근 2년간 지속해 온 급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뿐 아니라 지나치게 리니지 하나에만 의존했던 수익모델이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는 게 공통된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기자 hsk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