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하루 앞두고 새로운 지표금리가 소폭 하락했다. 그러나 국제 유가가 오르고 경기상승이 진행되며 시장금리가 대부분 오름세를 보였다. 금통위를 앞두고 장중 내내 짙는 관망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 2일 새로 취임한 한국은행 박승 총재의 '안정우선론' 발언 이후 통화정책기조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시장의 눈이 집중돼 있다. 시장에서는 목요일 금통위에서 콜금리가 인상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월중 산업생산이 설날 등 계절적 요인에 의해 감소하며 경기급상승이 완화됐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아직까지는 안정권을 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LG투자증권 금융시장팀의 서철수 연구원은 "내일 금통위에서는 금리를 올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러나 통화정책기조가 이미 '중립'으로 선회한 뒤이고 중동사태 불확실성도 있어 긴축적인 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일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이날 지표채권이 된 국고채 3년물 2002-4호 수익률은 6.49%로 전날보다 0.04%포인트 하락하며 마감했다. 2002-4호는 지난 1일 입찰에서 6.44%에 낙찰된 바 있어 하락했다고 보기는 다소 힘들다. 전날까지 지표금리 역할을 했던 국고채 3년물 2002-1호는 전날보다 0.01%포인트 오른 6.54%에 마쳤고, 국고채 5년물 2002-2호도 7.13%로 0.01%포인트 올랐다. 통안채 2년물이 6.39%로 0.02%포인트 올랐으며, 회사채 3년물 AA- 등급 수익률도 7.22%로 전날보다 0.02%포인트 상승했다. 유화증권의 권교인 채권팀장은 "미국 금리가 내려 개장초 반짝 하락한 뒤 내내 오전 내내 관망 분위기"라며 "중동 분쟁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전경련 BSI도 140대를 보이는 등 채권시장은 악재 투성이"라고 말했다. 이날 전경련이 업종별 매출액 상위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4월중 140.8을 기록, 지난 3월 141.9의 사상최고치에 근접하는 가파른 상승세를 유지했다. 국제 유가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 등 불확실성 속에서 서부텍사스산 중질유 5월 인도분이 장중 28달러를 돌파하는 등 6개월 최고치를 경신했다. ◆ 신임 박승 총재에 눈길 = 채권시장은 목요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어떨지에 온통 관심이 쏠려있다. 금요일이 식목일 공휴일이어서 시장의 예상대로 콜금리가 인상되지 않는다면 한가한 관망세가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시장에서 첨단주에 대한 기업실적 경고가 나오며 나스닥지수가 급락하며 1,800선지지 여부가 관심이고, ISM 비제조업지수 발표에 따라 개장초 분위기가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주가가 920선에 육박하며 연중최고치를 경신한 상태에서 채권시장의 분위기는 좋은 편이 아니다. 또 박승 신임 총재가 내정 당시 '親 재경부'로 이해됐다가 지난 2일 한은 총재에 취임하면서 '안정우선론'을 제기하면서 다소 입장이 변한 것으로 파악, 공식적인 입장을 확인하자는 분위기가 크다. 지난 2일 박승 총재는 취임사를 통해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강조하며 현 시기를 성장보다는 안정에 우선할 때라고 밝힌 바 있다. 시티살로먼스미스바니(SSB)증권이 박승 총재의 발언에 주목하며 '금리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역대 한국은행 총재 취임사에서 한국은행의 독립성이나 물가안정을 강조하지 않은 적이 있었느냐며 정부의 '금리인상 시기상조론'이 제동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이날 재경부 권오규 차관보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삼성경제연구소 주최로 열린 "최근 경기 및 산업의 동향과 정책방향" 심포지엄에서 수출과 투자 회복이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다며 연초의 경제정책기조를 가져갈 것이라고 밝혔다. 수출과 투자회복이 가시화되고 그 때가서 경기 상승속도를 종합적으로 감안한 뒤 필요하다면 금리인상 등 정책기조를 조정하겠다는 정부 의지를 재천명한 셈이다. 그러나 정부도 부동산 등 일부 과열을 인정하는 상태이고 가계대출 부실 경계감 속에서 경기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중동사태 등에 따라 유가가 급등하는 등 경기 상승 국면에서 물가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확대되는 등 투자자의 마음은 이미 '봄'에 들어서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의 본업무인 '물가안정'에 대처해야 한다는 한은 내부의 목소리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상태다. 한편 진념 부총리가 '경기도지사' 출마설에 연루되는 등 정부 내 '정치바람'의 와중에서 신임 총재 부임을 계기로 한국은행의 상대적 자율성이 좀더 제고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비경제적' 논거도 제기되는 형편이다. 무엇보다 '경기 악재'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수급 악재'가 가세될 것이냐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는 게 채권시장의 분위기다. 금리인상 여부, 금리인상 시기, 정책기조 변화, 공개시장 조작?따른 수급조절, 정부의 태도는 물론 박승 총재나 신임 금통위원들의 성향까지 체크해야 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대투증권의 최도영 채권팀장은 "경기와 유가 상승 등 수급을 제외하고는 채권시장에 도움이 되는 재료가 거의 없다"며 "향후 몇 개월 지나면 콜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수급마저 타이트해지는 게 아니냐는 경계감이 큰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LG투자증권의 서철수 연구원은 "금통위를 앞두고 일단 리스크 관리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며 "시장의 예상대로라면 지표금리가 6.4%대에서 안정될 것이나 실망한다면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오후중 6.55%대를 테스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