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결산 상장법인들의 실적은 한마디로 제조업의 '악전고투'와 금융업의 '호조'로 요약될 수 있다. 상장사들은 전반적으로 선전했으나 전체 실적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하이닉스반도체와 삼성전자의 실적악화가 결정적이었다. 514개 상장법인중 비금융 제조업체들은 매출이 전년도보다 0.66% 줄어들면서 영업이익과 경상이익이 각각 30.48%와 61.0% 감소했다. 순이익도 무려 63.78%나 줄어지난 2000년의 절반이하로 뚝 떨어졌다. 각 산업부문별 '대표주자'들이 포진, 실적 그 자체가 우리 경제의 거울이라고 할 수 있는 상장사들의 실적이 이같이 악화됐다는 것은 지난 2000년 4.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경제 침체가 작년말까지 계속됐음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실적 '속빈 강정', 재무구조는 개선 12월 결산 상장사들은 작년 모두 514조7천390억원의 매출을 올려 각각 28조2천756억원의 영업이익과 6조92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5.5%로 1천원어치 물건을 팔아 55원을 남긴 셈이다. 그러나 제조업체로 범위를 좁히면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5.32%로 낮아진다. 전년도에는 7.61%였다. 이는 제조업체의 수익성이 급락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특히 영업이익이 줄었다는 것은 우리 기업들이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고통을 겪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다행히 재무구조면에서 비금융 상장사들의 평균부채비율이 전년도 150.50%에서 125.93%로 하락, 악화된 수익성과 달리 안정성은 다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 제조업 실적 '바닥', 금융업 '활짝' 상장사들의 지난해 실적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점은 하이닉스반도체와 삼성전자의 부진으로 제조업체들의 심각한 실적악화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금융사(은행)들의 실적 호조세다. 제조업체들은 반도체 국제가격이 급락하고 구조조정과정에서 발생했던 채무면제이익이 대폭 감소하면서 0.66%의 매출감소율을 기록, 외형상으로도 줄어든 모습을 보였다. 특히 제조업체들은 영업이익과 경상이익이 각각 30.48%와 61.00% 줄었을 뿐 아니라 누적순익이 63.78%나 격감, 지난해의 절반이하수준으로 떨어지는 '비참한' 성적을 냈다. 제조업체의 수익성 악화는 하이닉스가 주도했다. 하이닉스는 작년 5조73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 전년에 비해 손실폭이 100% 이상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순이익이 2조9천억원으로 전년(6조100억원)에 비해 급감한 것도 전체 제조업체의 실적악화폭을 키웠다. 이는 미국 등 선진국 경기의 침체와 국제 반도체가격 급락으로 인해 우리 경제의 견인차 노릇을 하는 수출이 직격탄을 맞은데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이닉스를 제외한 제조업체들의 영업이익과 경상이익, 당기순이익 감소율이 각각 23.88%와 34.33%, 32.84%인 점을 감안하면 하이닉스 문제가 우리경제에 얼마나 큰 타격을 줬는지를 알 수 있다. 반면 금융업체들은 구조조정 성과에 힘입어 부진한 증시의 '우등생'으로 부상했다. 은행이 대부분인 금융사들은 외형면에서 0.38%의 소폭 감소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5조9천415억원 적자와 4조776억원 적자에서 2조6천79억원 흑자와 2조5천237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수익성(매출액순이익률)면에서 제조업체들은 1천원어치를 팔아 53원을 남기는데 그쳤지만 금융회사들은 1천원어치의 영업수익마다 79원을 남기는 장사를 했다. ◆반도체 최악, 의약.자동차 호조 비금융업의 업종별 현황에서 최악의 성적표를 기록한 업종은 반도체가격 급락과 수출감소의 이중 직격탄을 맞은 반도체업종(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 아남반도체)으로 무려 2조3천552억원의 적자를 냈다. 전년도에는 3조6천359억원 흑자를 기록했었다. 섬유의복과 건설업, 조선업은 지난해 각각 6천158억원과 4천651억원, 76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전년도에 이어 적자가 지속됐고 화학(마이너스 3천963억원)과 목재.제지(마이너스 2천153억원)는 적자로 돌아서는 부진한 성적을 냈다. 전기.전자와 기계.운수장비, 유통.서비스업종은 경기 침체 장기화에 영향을 받아 순이익이 각각 88.1%와 45.09%, 34.14%나 감소했다. 이들 업종의 부진과 달리, 의약업종은 의약분업 실시에 힘입어 순이익이 133.96%나 증가하면서 비금융제조업종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현대.기아자동차의 실적 호조세에 따라 실적 향상이 두드러졌던 자동차업종의 순이익도 72.01%나 늘어났다. 비금융업종중 이들 두 업종을 제외하면 순익규모가 증가한 업종은 음식료품(43.98%), 통신업(15.53%), 기타업종(4.52%) 등 3개에 불과했다. ◆10대 그룹도 부진 10대 그룹의 매출은 283조5천257억원으로 전년도의 297조3천733억원에 비해 4.66%(18조2천884억원) 감소했다. 금호가 21.8% 늘어나면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고測倫?20.1%)와 SK(12.8%), 롯데(10.1%), 한진(3.1%)도 매출이 늘어났다. 반면 현대(마이너스 28.6%)와 삼성(마이너스 11.1%), LG(마이너스 6.1%), 포철(마이너스 5.2%), 한화(마이너스 0.5%) 등 5개 그룹은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현대차와 롯데 등 2개 그룹만이 전년도보다 각각 59.0%와 10.0% 증가했을 뿐 나머지는 감소하거나 적자가 지속됐다. 포항제철의 당기순이익이 49.9% 감소한 것을 비롯, 삼성(마이너스 45.3%), LG(마이너스 21.2%), SK(마이너스 12.0%)도 부진했으며 현대와 한진, 금호, 한화 등 4개 그룹은 전년에 이어 적자가 계속됐다. 그룹별로 순이익은 삼성이 3조8천24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현대자동차 2조427억원, SK 1조653억원, LG 9천245억원, 포철 8천193억원, 롯데 1천946억원 등이었다. 반면 한진과 현대는 각각 6천500억원과 5천48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한화(마이너스 4천465억원)와 금호(마이너스 3천912억원)도 적자를 냈다. (서울=연합뉴스) 전준상기자 chunjs@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