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회계연도(2001년 4월~2002년 3월)를 끝내고 결산에 들어간 일본 기업과 은행들 사이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은행주 폭락으로 기업들의 보유주식 평가손실이 급팽창한 것과 달리 은행들은 당초 예상보다 전체주가의 하락폭이 좁혀진 덕에 주식평가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3월 마지막 영업일인 지난달 29일 닛케이 평균주가는 1만1천24.94엔으로 지난해 3월 말의 1만2천9백37.86엔보다 약 15% 빠졌다. 회계연도 말 주가로는 1만9백68.41엔을 기록했던 1983년 이후 18년 만의 최저치다. 주가 대폭락과 이로 인한 3월 위기설은 루머로 끝났지만 기업들은 주식평가손실 처리에 상당한 부담을 안을 것이 확실해졌다. 특히 은행주를 많이 보유한 기업들은 은행주가 1년간 최고 60%까지 하락,적자 결산이 불가피한 곳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이와종합연구소에 따르면 도쿄증시 상장기업들의 주식평가손실은 3조5천7백억여엔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6조4천억여엔의 평가이익을 냈던 2000회계연도와 비교하면 수지악화 폭이 1년 사이에 10조엔 규모에 이른 셈이다. 주식평가손실의 80% 이상(약 3조엔)은 은행주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의 4대 은행그룹 주가는 미즈호가 73만6천엔에서 30만2천엔으로 1년간 59% 떨어졌으며 미쓰비시도쿄 35.1%,UFJ 60.2%,미쓰이스미토모 52.4%의 하락폭을 각각 기록했다. 이에 따른 대규모 주식평가손실로 인해 신일본제철은 이번 결산에서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생활용품 최대 메이커인 가오의 적자폭은 당초 예상 1백30억엔에서 2백20억엔으로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지제지는 3백억엔대의 주식평가손실을 안게 됨에 따라 상당 규모의 경상이익에도 불구,2백10억엔의 적자를 낼 전망이다. 기업들의 골병이 깊어진 것과 달리 은행들은 3월 말 주가가 1만1천엔 선에서 끝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은행들은 미국테러 발생으로 닛케이주가가 9천엔대까지 추락했던 작년 9월 3조9백억엔대의 주식평가손실을 예상했었다. 그러나 최근의 주가 반등으로 손실 규모가 1조1천억엔 전후까지 대폭 줄었다고 이들은 보고 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