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금리가 보합권 혼조세를 보이며 마감했다. 금리는 미국 채권 금리가 올라 상승 출발 했지만 한국은행의 통안채 창구판매 미실시, 진념 부총리 등 정부 관계자의 저금리 정책 유지 발언으로 하향 곡선을 그렸다. 그러나 강세를 보이던 국채선물이 투신권의 매도세로 상승폭을 좁히자 현물 시장에서도 매도세가 늘었고 금리는 다시 상승세로 전환해 마감했다. 29일 채권 거래는 주로 단기물 위주로 이뤄졌으며 금리는 국채 선물 시장 움직임을 뒤따라가는 모양새를 보였다. 3년 만기 국고채권 수익률은 전날보다 0.02%포인트 오른 6.39%를 기록했다. 6.40%로 올라 거래를 시작한 뒤 한때 6.35%까지 하락했으나 다시 되올라왔다. 5년 만기물은 6.98%로 전날보다 0.02%포인트 내렸다. 회사채 수익률은 소폭 하락했다. AA- 등급 3년 만기 무보증 회사채 수익률은 7.07%로 전날보다 0.01%포인트 하락했다. BBB- 등급 수익률은 역시 0.01%포인트 하락한 11.10%로 마감했다. 국채 선물은 사흘 연속 강세를 유지했다. 6월물은 전날보다 0.06포인트 오른 103.15를 가리켰다. 102.92로 거래를 시작한 뒤 한때 103.25까지 급등했으나 상승폭을 좁혔다. 국채선물 시장에서는 은행이 2,380계약, 외국인이 1,424계약 순매수한 반면 투신사는 3,518계약 순매도했다. ◆ 4월 물가 불안 대두될 듯 = 정부는 표면상 저금리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전날 경기 과열이 아니다"며 "내수 진작책은 그대로 쓰겠다"고 말했던 진념 부총리는 이날도 “장기 금리가 경기 회복 기대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며 “금리 추가 상승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총재 내정자 박승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위원장도 이날 “부분적인 징후가 있지만 현재가 경기 과열은 아니다"며 저금리 기조 유지를 시사했다. 그러나 시장은 이들의 발언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한 투신사 관계자는 “정부가 4월 들어 물가 불안이 가시화될 것을 염려해 선수를 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구심을 표했다. 이날 발표된 소비자물가는 심각한 것은 아니지만 인플레이션 우려가 곧 가시화할 수도 있음을 드러냈다. 3월 소비자 물가는 전달대비 0.6% 상승, 상승률이 1월의 0.5%를 상회했다. 변동성이 심한 농산물과 유류값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 물가는 지난해 3월 이후 가장 큰 폭인 0.7% 상승했다. 4월부터는 교통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이 예정돼 있다. 또 최근 들어 유가가 연일 강세를 이어가고 있고 환율이 상승세를 재개할 가능성이 있어 물가 불안은 커질 공산이 크다. 이달 들어 달러/엔 환율은 회기말을 앞둔 일본 금융회사의 역송금으로 안정세를 보였지만 4월부터는 이를 기대할 수 없다. 한편 4월부터는 장기물 매물이 많이 출회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교보투신운용의 임상엽 과장은 “이달 들어 분기 결산을 앞두고 기관이 장기물을 많이 매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4월에도 이러한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2월 하락세를 보였던 금리가 이달 초 급등했던 사례를 볼 때 장기적인 금리 상승 추세에서 단기적으로 금리가 계속 하락세를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 금리 인상 가능성은 낮아 = 반면 금리 안정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우선 재정경제부의 4월 국채 발행 물량이 3월보다 줄 계획이고 한국은행도 통안채 발행을 시장 상황에 따라 적절히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근 불거지고 있는 부동산 가격 급등 등의 문제를 당국이 분양권 제한 등의 미시적인 정책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이는 것도 금리 안정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아 국내 콜금리 조기 인상 가능성이 낮다는 것도 금리 안정에 긍정적이다. 미국에서는 이번 주에만 필라델피아, 댈러스, 샌프란시스코 등지의 연방은행 총재들이 연방 공개시장위원회(FRB)가 금리를 조기에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SK증권의 양진모 애널리스트는 “금리 하향 시기와 마찬가지로 상향 시기에도 우리나라와 미국이 공조를 보일 것”이라며 “미국이 금리를 인상해야 우리도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양영권기자 heem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