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2월 법인의 정기주총시즌은 대체로 조용하고 차분하게 진행되고 있다. 22일 12월 법인 상장.등록사중 3백73개사가 일제히 주총을 열었다. 이로써 상장기업 5백70개사중 4백26개사(75%), 코스닥기업 6백98개중 4백50개(64%)가 주총을 마쳤다. 올해 주총에서 기업들은 지난해 경기침체 여파로 배당을 낮췄지만 올들어 주가가 많이 오르면서 소액주주의 불만은 사라졌다. 대신 회사의 전망 및 향후 전략을 경영진과 주주들이 진지하게 논의하는 등'기업설명회(IR)'를 방불케 하는 모습이 눈에 많이 띄었다. 삼성전자 현대모비스 등에서 주주들이 임원 보수를 높이는데 앞장서면서 '많이 받고 일 더해라'는 주문도 잇따랐다. 전문가들은 기업 회계관행 및 경영이 투명화됐고 주가가 많이 오르면서 이같은 신 풍속도가 형성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코스닥기업중 올해 엔터테인먼트와 건강.레저사업에 신규 진출하겠다고 밝힌 곳이 많아 눈길을 끌었다. 써니YNK 진두네트워크 쌈지 솔빛미디어 모디아 등 16개 코스닥기업이 정관의 사업목적에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추가시켰다. 교육과 전자복권 사업에 진출하려는 기업도 잇따랐다. 상장기업중 넥센타이어 대성산업 등은 건강.레저업에 신규 진출키로 했다. 능력 및 성과중심의 인사관행이 확산되면서 '30대 상무, 40대 부사장'이 대거 발탁되기도 했다. 주총은 IR의 장(場) =올해 주총중 상당수는 IR 행사인지 구분을 못할 정도로 분위기가 달라졌다. 총회꾼 및 시민단체와의 몸싸움이나 마이크 뺏기, 소모적 논쟁 등도 사라졌다. 그 바람에 주총 시간도 크게 단축됐다. 지난해 7시간반이나 걸렸던 삼성전자 주총은 올해 3시간만에 끝났다. 특히 많은 기업들이 주총장에서 장래 계획이나 실적전망, 주가부양 정책 등을 설명하는데 주력했다. 이날 주총에서 KT로 회사명을 바꾼 한국통신은 이상철 사장이 향후 민영화 전망과 자사주 매입계획 등 상세한 경영목표를 밝혔다. LG전자는 프리젠테이션식으로 주총을 진행, 소액주주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현대모비스 주총에서는 이사 보수한도를 12억원에서 15억원으로 올리자는 회사측 제안에 대해 일부 소액주주가 '실적을 감안해 20억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이같은 새로운 주총 장면은 코스닥기업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올해 경기회복에 힘입어 희망찬 실적목표치를 내놓으며 '주주 달래기'에 나서는 기업들이 많았다. 새롬기술 메디다스 인터파크 등은 올해 전망과 지분정리 일정 등을 상세히 밝혀 주목을 끌었다. 상당수 기업이 임원 보수및 상여금 한도를 올리고 스톡옵션 지급을 결의했는데도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는 찾기 어려웠다. 젊어지는 임원진 =올해 주총에선 '30대 상무와 40대 부사장'이란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실무형 발탁인사가 가져온 결과다. LG그룹 관계자는 "철저한 성과주의 원칙을 적용해 그간 성과에 상응하는 인사를 실시했다"면서 "지난해 이동단말기 사업을 세계 10위권 안으로 진입시킨 LG전자 김종은 부사장이 정보통신총괄부문 사장으로 승진한게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분야별 영업 전문가와 중국통이 상당수 발탁된 것도 특징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재무기획본부장(CFO)에 윤종규 삼일회계법인 부대표(47)를 영입, 부행장 15명 가운데 6명을 40대로 채웠다. 부산은행에도 처음으로 40대 임원이 탄생했다. 이 은행은 홍콩상하이은행 자금부본부장을 지낸 정성태씨(47)를 상무로 영입했다. 조직 축소 =작년에 이어 등기임원수를 줄이고 집행임원을 늘리는 추세가 이어졌다. 등기임원이 많아지면 사외이사수도 늘어나 비용이 많이 들고 적임자를 고르기도 힘들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미은행은 이사회 회장직을 없애고 행장이 이사회 회장을 겸임토록 했다. 국민은행은 사외이사 수를 19명에서 9명으로 대폭 줄였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