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1대주주인 국내 상장사의 주주배당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 대주주가 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보다 배당금 등 단기이익만을 챙기는데 주력한다는 지적이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대부분 상장사들이 지난해 경기 침체 여파로 올해 배당을 줄인 것과는 반대로 이들 외국인이 경영권을 직간접적으로 행사하는 기업중 실적과 상관 없이 과도한 주주배당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17일 증권거래소와 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이 1대주주인 12월결산법인 19개 상장사(신설법인인 신한지주회사 제외)가 2001사업연도에 외국인 주주에게 주는 배당금은 1천3백29억원에 달해 전년의 7백65억원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 등 시가총액 상위 10개사(거래소 기준)가 외국인주주에게 지급한 배당금은 지난해 7천2백15억원에서 올해 6천3백78억원으로 11.6%나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국내 경기 침체로 주주배당률을 크게 낮췄기 때문. 삼성전자는 주당 배당금을 작년 3천원에서 올해 2천원으로, 포항제철은 주당 2천5백원에서 2천원으로 줄였다. 이에 반해 외국인이 1대주주로 경영권에 실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의 주주배당은 크게 높아졌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가 1대주주(35%)인 S-Oil은 지난해 주당 2천5백원이었던 배당금을 올해는 3천7백50원으로 늘렸다. 이 회사의 주주배당총액은 1천5백28억원에 달해 이 기간중 당기순익(1백91억원)의 8배에 이른다. 특히 3월법인으로 미국 조지 소로스 계열의 투자회사가 1대주주인 서울증권은 최근 올해 주당 1천5백원(액면가의 60%)의 배당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방침이 주총에서 의결될 경우 총 주주배당금은 당기순익 예상치의 2배를 웃도는 8백36억원에 달하게 된다. 최운열 증권연구원 원장(서강대 교수)은 "주주 중심의 경영도 중요하지만 비상식적인 주주배당정책은 오히려 기업가치를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