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의 매도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발행한 해외 전환사채(CB)가 주식으로 속속 전환되고 있다. 특히 1억달러 어치의 CB를 보유중인 인텔이 전환 청구권을 행사,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억달러와 2억달러 어치의 삼성전자 CB를 갖고 있는 애플컴퓨터와 델컴퓨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증권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이들 3개 업체의 CB를 주식수로 환산하면 2백55만여주로 전체 상장주식의 1.69% 가량을 차지한다. 17일 증권거래소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달들어 삼성전자 해외전환사채 중 39만여주가 주식으로 전환됐다. 이중 38만9천여주는 삼성전자가 지난 97년6월 유로채권 및 미국채권시장에서 발행한 3억달러 어치의 해외전환사채 중 일부다. 작년까지 2억3천만달러 가량이 주식전환된데 이어 올들어 6천만달러가 전환돼 이날 현재 1천만달러 정도가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전환가격은 주당 11만3천3백51원으로 3배 가까운 차익을 얻게 된다.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인 인텔은 지난 15일 보유CB 중 일부를 주식으로 전환했다. 전환물량은 2천7백3주다. 이 회사는 총 1억달러 어치의 삼성전자 CB를 갖고 있다. 전환가격은 10만8천4백65원.삼성전자 주가가 33만원선이기 때문에 현 시세를 기준으로 인텔은 CB전환을 통해 3배 이상의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오는 2004년 1월21일까지 전환청구할 수 있으며 적용환율은 달러당 1천1백73억원이다. 1억달러어치의 CB를 갖고 있는 애플컴퓨터는 오는 7월20일까지 주식으로 전환을 청구할 수 있다. 전환가격은 21만9천50원,적용 환율은 1천2백4.7원이다. 2억달러의 CB를 보유하고 있는 델컴퓨터는 내년 1월16일까지 전환청구할 수 있다. 전환가격은 26만원,적용 환율은 1천2백3.2원이다. 한 증권사의 반도체담당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는 지난 97년부터 99년까지 램버스 D램 개발과 LCD(액정표시장치) 공급 등을 위한 제휴차원에서 해외 반도체 및 컴퓨터 업체를 인수회사로 하는 전환사채를 발행했었다"면서 "세계 최대의 반도체업체인 인텔이 주식전환 청구를 계속할 경우 다른 CB 보유업체는 물론 외국인의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쳐 전환사채가 물량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외국인은 지난 6일부터 8거래일 연속 삼성전자에 대해 매도공세를 퍼부어 지분율이 9·11 미국 테러 참사 직후인 작년 9월12일(57.06%)보다 낮은 57.05%로 떨어졌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