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들이 국채 투자규모를 줄이고 있다. 증시 침체로 인한 주식평가손실이 누적되면서 3월 말 결산에 구멍이 뚫린 데다 시가회계 도입으로 손실규모가 커지자 채권 매각 이익으로 적자폭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의도가 가장 큰 요인이다. 일본은행들의 국채 투자 축소는 그러나 채권시장에서의 비중과 역할을 감안할 때 시중자금 흐름과 경기에 미치는 마이너스 효과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일본은행에 따르면 대형 민간은행과 지방은행의 보유 중 국채는 2001년 말 현재 66조9천억엔으로 전년 말보다 1조7천억엔 감소했다. 일본은행들의 국채 매각액이 매입액을 초과한 것은 1996년(1천2백억엔 감소) 이후 5년 만의 일이다. 은행들의 국채 투자는 1999년부터 급상승세를 타기 시작,피크에 달했던 2001년 4월 말에는 80조엔 가까이 육박하면서 일본의 장기금리 안정에 든든한 버팀목이 돼 왔었다. 금융전문가들은 지난해 5월 이후 채권 투자가 위축된 원인과 관련,시가회계 도입을 우선적으로 꼽고 있다. 3월 말 결산에서 주식평가손실의 60%를 잉여금으로 충당해야 하는 은행으로선 채권값 변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4월 예금보호장치 해제를 앞두고 예금 인출에 대비한 은행들이 현금 확보를 위해 채권을 대량 내다판 것도 또 하나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은행들의 채권 투자규모 축소는 금리(채권수익률)에도 적지 않은 충격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도쿄미쓰비시은행의 경우 단기국채 매각에 주력했으므로 시중 장기금리 상승에 별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2001년 6월 연 1.1%대까지 떨어졌던 장기금리(10년 국채)는 최근 1.5%에 근접한 수준까지 올라와 있어 은행들의 채권 투자 축소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BNP파리바증권의 한 애널리스트는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주가가 다시 내리막길로 돌아선다면 은행들은 국채 매각에 부쩍 열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