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을 겪고 있는 하이닉스반도체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간 매각협상의 최종향방은 내주중 열릴 것으로 보이는 채권단회의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쟁점현안에 대해 양측의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자 일단 현 상황을 정리해서 채권단의 의견을 묻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15일 "이덕훈 한빛은행장 등 협상팀은 당초 미국 현지 협상에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든지, 협상을 결렬시키든지 결론을 짓고 오기로 했으나 협상의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 같다"면서 "최종결정을 채권단회의로 넘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이 가장 염두에 두고 있는 `채권회수'와 관련, 협상진행상황이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쪽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는 마이크론이 일부 현안에서 채권단이 제시한 안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하이닉스 반도체부문 매각 이후 남게되는 `잔존법인'에 대해 채권단이 추가지원을 하되 금리를 시장금리 수준으로 하는 조건을 제시했으나 마이크론은 '우대금리'를 고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0억달러라는 매각대금을 받는 채권단이 15억달러의 신규지원과 잔존법인 지원분(2억달러) 등 총 17억달러에 대해 시장금리를 적용받지 못할 경우 채권단의 부담은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될 소지가 크다. 여기에 우발채무 분담과 에스크로계좌(입출금을 제한하는 특수계좌) 문제 등에서도 마이크론이 기존의 입장을 크게 바꾸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채권단 회의가 열리더라도 전망은 극히 불투명하다고 할 수 있다. 채권단 관계자도 "협상팀이 현지에서 결론을 못내린 사안을 채권단 전체회의에 상정한다고 분위기가 달라지겠느냐"면서 "긍정과 부정적인 의견이 엇갈려 있어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만일 마이크론의 조건이 채권단을 만족시키지 못할 정도라면 채권단 회의는 부정적인 흐름을 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그동안 잠복해있던 독자생존론이 다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들어 하이닉스 소액주주들을 중심으로 매각반대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는데다 채권단회의에 참석할 투신권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일부 주요 채권은행들 마저 `불리한 조건이라면 매각반대'라는 입장을 공공연히 피력한 적이 있기 때문에 독자생존론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외환은행 관계자는 "매각협상은 구체적인 방향이 잡히기 전에는 가급적 논의의 폭을 폐쇄적으로 진행해야 하는데 하이닉스 협상은 그 반대쪽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결국 협상이 장기화의 늪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