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대첩' '바이 코리아' 열풍이 몰아치던 지난 99년 대세 상승기에 외국인과 기관이 주식시장에서 벌인 한판 승부를 일컫던 말이다. 당시 외국인은 종합지수가 800선을 넘어서면서 본격적인 차익실현에 나섰다. 그러나 투신권으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면서 '기관화 장세'가 전개됐고 종합지수는 1,000까지 내쳐달렸다. 최근 장세 분위기가 그 당시와 흡사하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레벨업을 주도한 외국인은 한 걸음 물러나는 양상이고 기관은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외국인 매물을 흡수하고 있다. 14일 증시에서는 개인이 가세한 가운데 뚜렷하게 매매주체가 갈렸다. 외국인이 대규모 매도 공세를 퍼부은 반면 개인은 저가매수의 중심에 섰다. 기관은 장후반 적극적으로 매수에 가담하며 '전의'를 분명히 했다. 당분간 이 같은 수급장세가 펼쳐질 공산이 크다. 현주가가 어느 정도의 경기회복 기대를 반영하고 있는 데다 주춤한 D램 가격 동향 등 모멘텀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대응은 850선 안착을 확인한 후에도 늦지 않을 것을 관측되는 만큼 단기적으로 '만기 여진'을 적절히 활용하자. 기관 선호 중저가 옐로칩을 중심으로 매매에 가담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 6월물 저평가, 단기조정 = 종합지수가 20개월여만에 종가기준 850선을 회복했다. 이달 초 번번이 미끄러졌던 종합지수 850은 본격적인 매물대 하단부인데다 종합지수 1,000선을 가늠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갖는다. 다만 종합지수가 장후반 유입된 대량의 프로그램 매매에 의해 상승한 점을 감안할 때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850선 안착 여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변 여건은 조정에 무게를 두고 있다. 먼저 매수차익잔고가 부담이다. 매수차익잔고는 상당부분 롤오버된 탓에 트리플위칭데이를 거쳤음에도 6,000억원 이상 남아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물로 거래되는 지수선물 6월물 시장 베이시스가 코스피 200에 비해 저평가돼 큰 폭의 백워데이션을 가리키고 있다. 장 막판 나타난 '거품'이 빠질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또 외국인 매도 공세가 부담이다. 외국인은 최근 7거래일 연속 매도우위를 이으며 9,200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외국인은 삼성전자, 국민은행, 한국전력 등 지수관련주를 집중 처분했다. 아울러 경기회복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어 상승 탄력도 기대하긴 어렵다. 뉴욕증시가 고평가상태에서 기업실적이 경기회복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난기류'를 타고 있다. 국내에서는 내수경기 과열 우려로 경기회복 속도조절과 금리인상안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 분식회계 논란이 잇따를 것으로 관측된다. ◆ 레벨업을 위한 선결조건 =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장기 전망은 여전히 밝다. 지난해 9월 이후 패턴을 형성하고 있는 짧은 조정 후 급등하는 계단식 강세가 재연될 가능성도 높다. 다만 종합지수가 850선에 안착 후 추가 상승하더라도 1,000까지 레벨업을 이끌어낼 만한 강력한 동인은 보이지 않는다. 풍부한 유동성과 더불어 D램 가격 상승, 수출 회복, 하이닉스 처리 등 추가적인 펀더멘털 개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과열논란이 일고 있는 내수와 달리 수출의 경우 회복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국내 경기가 탄탄한 회복 추세를 그리고 있으나 해외 경기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1.3%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수출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중 하나인 수출신용장 내도액은 지난 2월 사상 최대 감소율을 보였다. 수출신용장 내도액은 보통 3개월 이후 수출상황을 가늠케 한다. 수출은 지난해 3월 이후 12개월째 감소 추세를 잇고 있다. 수출은 3월 이후 회복 소폭이나마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해 12월 인상하기 시작한 D램 고정거래가격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면 탄력을 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2/4분기 비수기를 앞두고 최근 현물시장에서 128메가SD램 가격이 평균가격 기준으로 4달러선을 밑도는 등 조정국면에 진입, 고정거래가격의 추가 인상은 늦춰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