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이 달라졌다. 수십배씩 주가가 부풀어 오르며 퍼질대로 퍼져 있던 거품이 사라지고 있다. 시장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던 주가조작이나 각종 게이트도 상당부분 사라지고 있다. 버블이 사라지면서 빛을 발하는 것은 실적주다. 턴 어라운드(turn around)의 조명을 받는 실적주는 눈부신 광채를 내고 있다. 지난 1,2월에 작년 실적을 웃도는 매출을 올린 기업이 하나둘이 아니다. 작년보다 올해 매출이 40배나 늘어날 것이라는 업체도 있다. 인터넷주는 수익모델의 논란에서 벗어나며 어둡고 긴 터널을 통과하고 있다. 반도체장비와 LCD관련 종목들은 사상 최악의 불경기를 지나 도약을 준비중이다. 굴뚝주들도 경기회복의 영향으로 어깨를 펴고 있다. 코스닥의 질적변화는 외국인 동향에서도 읽을 수 있다. 작년초까지만 해도 외국인은 시가총액 상위 10개종목 정도만 매매했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올들어서는 달라졌다. 대형주는 물론 중소형주로 매수세가 확대됐다. 물론 확실한 실적을 내세우는 종목들이다. 시장의 잣대는 종목의 규모에 관계없이 '입증된 실력'으로 통일되고 있는 것이다. 턴 어라운드의 산실 =코스닥의 상징적 종목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작년까지만 해도 의심을 받는 종목이었다. 수익모델이 있느니 없느니 하는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그러나 올해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는 것은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경기회복에 힘입어서만은 아니다.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해 수익구조를 확실히 갖췄다는 평이다. 회사의 구조 자체가 턴 어라운드된 것이다. 코스닥시장에 다음과 같은 종목이 속출하고 있다. 과거 비전만을 가지고 등록됐던 업체들이 2000년 이후 2년간 혹독한 시련을 거치며 기반을 다져 왔던 것. 경기회복이 가시화되고 있는 올해 초부터 이런 종목들은 시장의 주목을 끌고 있다. 작년 매출이 59억원이었던 바이어블코리아는 올해 예상 매출액이 2천4백억원이다. 한물간 것으로 치부됐던 인터파크 옥션 등도 전문가들로부터 흑자전환의 가능성을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턴 어라운드 종목들이 코스닥에 완전히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3D의 파워 =코스닥의 기둥인 기술주가 조명받게 만든 1등공신이다. 반도체 경기회복이 불쏘시개를 지폈다. 그 중심에는 3D가 있다. 3D란 D램 표시장치(Display) 디지털(Digital)이다. 코스닥에 등록된 종목중 20% 이상은 3D 종목이다. 반도체장비업체는 이미 1차상승을 마치고 2차도약을 준비중이다. 작년은 반도체 산업이 생겨난 뒤 최악의 불경기였다. 작년말에 바닥을 찍은 반도체경기는 반도체설비투자를 끌어내고 있다. 반도체장비업체로서는 제철을 만난 셈이다. 표시장치 관련주인 LCD 부품업체도 마찬가지다. LCD는 빠르게 브라운관을 대체하며 차세대 표시장치로 부상중이다. 각 업체마다 생산규모를 늘리고 있어 이들 업체의 실적호전은 이미 따놓은 당상이다. 디지털 역시 전자산업의 중심축이다. 위성장비 보안장비의 디지털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코스닥의 관련종목들이 주목받고 있다. 바빠진 외국인 =알짜종목이 늘면서 외국인의 매수타깃이 불어났다. 중소형주에도 외국인의 손길이 미치고 있다. 증권사에는 기업탐방을 요청하는 외국투자자의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 올해 초부터 지난 12일까지 외국인은 4천2백5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작년 한해 순매수규모인 4천5백억원에 거의 육박한다. 대우증권 전병서 조사부장은 "외국인 매수세가 확산되면서 시세를 분출하는 종목이 늘고 있다"며 "단타성 투자도 있지만 실적개선을 확인하고 주식을 사들이는 투자자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변화된 체질 =과거 코스닥시장은 '떼거리 시장'이라 불렸다. 어떤 업종이 뜬다면 관련종목이 모조리 상한가를 치고, 뭔가 악재가 나오면 너나 가릴 것 없이 하한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요즘은 다르다. '주가의 고향은 실적'이라는 증시격언이 실감날 지경이다. 같은 업종 내에서도 주가의 차별화를 발생하고 있다는게 이를 반증한다. 미국 나스닥지수의 하락같은 외풍에 시장이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시장의 힘이 커진 만큼 내부적인 부정도 줄어들고 있다. 인위적인 주가조작이 통하지 않는다. 굳이 작전종목에 따라 들어가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을 만큼 투자할 만한 종목이 늘고 있다는 평이다. "작년초만 해도 시장의 질이 극히 나빴지만 최근에는 개선의 조짐이 뚜렸하다(대신증권 나민호 투자정보팀장)"는 분석이다. 시장관계자들은 코스닥의 상승세가 지속되기 위해선 기관투자가의 적극적인 시장참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90%를 넘고 있다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 또 등록업체중 퇴출대상을 확대해 시장의 에너지가 분援풔?것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 코스닥시장 관계자는 "최근 거품이 사라지면서 시장내부에서 종목간 우열이 확실히 드러나고 있다"며 "투자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거품이 없어지고 실적을 잣대로 종목이 평가받는 환경이라면 기관투자가의 자금유입이 촉진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적을 앞세운 우량주가 시장내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며 시장의 질을 업그레이드시키고 있다는 것. 실력자들이 대접을 받는 시장으로 코스닥시장이 거듭나고 있다는 얘기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