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장을 틈타 CB(전환사채)와 BW(신주인수권부사채) 등 주식연계채권의 주식전환청구가 쇄도하고 있다. 해당기업으로선 주식전환이 이뤄지면 풋옵션(채권을 되팔 권리)행사에 따른 자금압박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어 좋은 일이지만 투자자들은 당장 유통주식수의 증가로 주당가치가 희석되는 불이익이 따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반도체엔지니어링은 13일 채권자 김모씨가 4억원어치의 해외 BW에 대해 주식전환권을 행사했다고 공시했다. 신주인수권의 행사가격은 7천7백50원으로 김씨는 이날 주가(1만1천원)와 비교할 때 주당 3천2백50원의 평가차익을 남긴 셈이다. 반도체엔지니어링은 아직도 1백8억원의 미전환BW를 보유하고 있다. 에프와이디도 이날 해외BW 1억여원어치의 신주인수권이 행사돼 37억원의 잔여사채가 남았다고 발표했다. 대우증권 투자정보팀 관계자는 "앞으로 BW와 CB 등의 주식전환청구가 러시를 이루면서 해당기업의 주가발목을 붙들 최대 '복병'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주식연계채권의 잇따른 주식전환=올들어 코스닥시장의 상승과 발행기업의 잇따른 전환(행사)가격 하향조정으로 주식전환의 메리트는 커지고 있다. 올초까지는 코스닥시장의 장기조정여파로 BW 등 발행기업의 전환가가 주가를 훨씬 웃돌아 전환청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달들어 주가가 오르면서 전환가를 웃돌거나 가격격차가 크게 좁혀져 전환청구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코스닥시장의 향후 장세전망이 밝아 주식연계채권의 소유자들이 주식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주식전환권이 청구된 기업은 다음 대영에이브이 모디아 파워넷 바이어블코리아 실리콘테크 등 17개사나 된다. 한화증권 기업금융팀 관계자는 "통상 BW 등 인수자는 자금력을 가진 '큰 손'이나 세력으로 구성돼 전환청구에 앞서 주가부양에 나서기도 한다"고 경고했다. 이 관계자는 따라서 "전환일이 임박한 기업이나 리픽싱(전환가조정) 후 주가가 급등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전환가능물량 등을 꼼꼼히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환(행사)가격의 하향조정도 는다=BW 등의 전환메리트를 가장 높여주는 게 바로 발행 당시 단서를 붙인 리픽싱조항이다. 발행기업은 통상 3개월마다 전환(행사)가를 재조정한다. 일정기간 시가의 가중평균치로 주가를 재조정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웬만하면 평가차익을 낼 수 있다. 이달 들어 대원SCN 모보아이피씨 디날리아이티 엑세스텔레콤 소너스테크놀로지스 등 21개사가 주식전환(행사)가를 하향조정했다. 삼원정밀금속 스탠더드텔레콤 등 전환가가 주가를 크게 웃돌았던 기업들도 큰 폭의 하향조정에 힘입어 이제는 주식전환의 메리트가 발생하고 있다. 삼원정밀금속과 스탠더드텔레콤의 주식전환가는 기존 2천7백50원과 2백8백48원에서 1천4백16원과 1천4백41원으로 조정됐다. 조정폭이 무려 48.5%와 49.4%에 달하는 셈이다. 엑세스텔레콤 소너스테크놀로지스 아이텍스필 등도 전환가조정으로 주식전환메리트가 커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