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기회복 기대감이 세계 증시에 모멘텀으로 작용하면서 올들어 먼저 올랐던 국내 주가의 조정이 견조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시장은 오는 14일 사상 처음으로 3월물 지수선물·지수옵션·개별주식옵션 등 세 가지 주식 관련 파생상품의 동시만기일(Triple witching day)를 앞두고 심리적 부담감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종합지수는 지난 7일 이래 사흘째 820선에서 등락하며 조정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만기 관련 프로그램 매매에서 다소 자유로운 코스닥시장은 저평가 실적주를 중심으로 상승률 따라잡기가 한창이다. 시장관계자들은 이번주 목요일 선물옵션 만기일 때까지는 거래소는 조정, 코스닥은 저평가 종목의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외국인의 거래소 매도, 코스닥 순매수 기조가 유지되고 수급상 프로그램 매매가 아직 방향을 어떻게 잡아갈 지 좀더 확인해야할 필요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미국 시장이 경제지표 호조 속에서 상승세를 지속하고 이를 바탕으로 일본과 대만 주가가 연일 상승하며 연중 최고치에 오르는 등 해외 긍정론이 확산되고 있어 조정폭 역시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영증권의 김인수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 매수를 당분간 기대하기 곤란하나 기관 등 저가매수세는 여전하다"며 "미국 등 해외시장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어 지수는 820∼830대의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 종합지수 소폭 반등, 코스닥 연중 최고 = 11일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금요일보다 1.75포인트, 0.21% 오른 827.02로 마감, 사흘만에 반등했다. 개장초 830까지 올랐다가 트리플위칭데이에 대한 부담으로 818까지 떨어지기도 했으나 개인과 법인 등의 저가매수를 기반으로 상승 전환했다. 코스닥지수는 장중 내내 상승세를 보인 가운데 86.54로 2.45포인트, 2.91% 상승,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장중 86.59까지 올라 지난 5일 85.86의 연중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지난 2001년 2월 21일 87.00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날 거래소시장은 미국의 실업률이 낮아지고 고용사정이 개선된 가운데 OECD 경기선행지수가 3개월 연속 상승하는 등 해외 경제호전 영향으로 상승 마인드가 유지됐다. 그러나 오는 14일 3월물 선물옵션 트리플위칭데이를 맞아 매수차익잔고 누적과 외국인 선물 누적포지션 확대 등에 따른 부담으로 프로그램 장세가 진행됐다. SK텔레콤, 한국통신, KTF, LG텔레콤 등 통신주가 저평가 속에서 오르고 포항제철이 2/4분기 이래 후판 내수가격 상승 재료가 나오면서 아흐레만에 반등, 지수를 받춰줬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반도체 가격 조정 속에서 사흘째 하락하고, 하이닉스도 협상단 방미에도 불구하고 채권단 이견 소식 속에서 약세를 보여 탄력이 줄었다. 국민은행, 신한지주 등 은행주가 합병 등 재료부족에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현대차와 기아차도 가격부담으로 매물을 맞아 지수관련주의 혼조국면이 지속됐다. 반면 코스닥은 프로그램 매매와 선물옵션 만기부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지며 거래소의 대안으로 부상, 지난 금요일 이래 상승세를 지속했다. 한동안 조정을 보였던 코스닥의 대표적인 실적주인 휴맥수가 상한가에 오르고 엔씨소프트, SBS 등 대형주가 강세를 보였다. 테마별로도 디지털 위성방송, 창투사, 엔터테인먼트, 전자복권 관련주, 보안주 등이 골고루 상승폭이 높았다. 지난주 미국 주가 상승에 일본과 대만 주가도 오름세를 보이면서 장중 투자심리가 유지되면서 상승종목은 두 시장 모두 하락종목보다 많았다. 거래소는 상승종목이 436개로 하락종목 362개보다 많았으며, 코스닥은 상승종목이 무려 606개에 달하며 하락종목 124개를 크게 앞섰다. ◆ 미국 긍정론 확산 = 무엇보다 시장의 주목거리는 미국 시장의 반등 정도에 맞춰져 있다. 지난주 미국 앨런 그린스팬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경기 낙관론 피력 이후 실업률 등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인 것이 전 세계시장에 낙관론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 8일 미국 노동부는 2월중 실업률이 5.5%로 지난 1월 5.6% 이래 두달 연속 낮아졌다고 발표했다. 특히 비농업부문의 고용이 6만6,000명 증가, 7개월만에 처음으로 증가로 반전하며 시장의 주목을 끌었다. 당초 실업률은 지난 12월 5.8%를 기록했었고 상반기 중 6%를 훨씬 넘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경기악화 상황에서 기업의 실적 악화는 재고조정과 인력 감축으로 연결돼 경기회복 국면에 후행돼 실업률이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실업률이 두달 연속 낮아졌고 오히려 고용자가 증가한다는 소식은 기업의 체감경기 회복에 더해 경기 바닥론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아울러 미국의 경제조사기관인 블루칩의 3월 조사에서 1/4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6%로 조사, 지난 2월 1.6%에서 1%포인트나 올라갔다. 더욱이 이번 3월 발표에서는 미국의 2월중 고용증가가 포함되지 않고 있어 1/4분기 중 경제성장률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게 블루칩의 설명이다. 또 지난 8일 파리에 본부를 둔 OECD는 1월중 경기선행종합지수가 114.5로 12월 113.4보다 증가, 석달 연속 상승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ISM 제조업 및 비제조업 지수에 이어 실업감소, 고용증가 상황과 함께 OECD 경기선행지수는 한국의 입장에서 수출 등 대외부문의 회복 가능성에 밝은 전망을 주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이래 올 2월까지 경제회복세가 내수위주의 상황이었고 주가 상승도 이를 기반으로 했다는 점에서 해외부문의 회복 가능성은 향후 선물옵션 만기일 이후 주가에도 긍정적인 모멘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만기일까지 수급부담, 증시 자금 주목 = 그러나 거래소시장은 지난 8일 현재 8,400억원에 달하는 매수차익잔고가 누적돼 있는 상태이다.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 순매수 누적 상황에서 현물시장에서는 나흘째 순매도로 수급상 부담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날 역시 선물시장에서는 외국인 순매도가 증가하며 선물지수는 장중 약세를 지속, 프로그램 매도 우위의 장세가 펼쳐졌다. 특히 앞으로 잔존만기를 사흘 앞둔 상황에서 베이시스 변동성에 따른 매물 출회 여부가 주목된다. 시장베이시스는 장중 마이너스 0.2에서 플러스 0.2 수준을 오가며 매수차익잔고 부담이 완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의 경기회복 등 해외 긍정론이 확산되고 있어 비차익 매수가 유입되고 3월물에서 6월물로 롤오버되는 작업도 한켠에서는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주 선물옵션 만기를 전후한 시장은 △ 미국 시장의 회복세 지속 여부 △ 시장베이시스 변동성 및 만기 청산 등 프로그램 매매동향 등이 맞물리는 가운데 △ 증시 자금 유입에 따른 기관의 매수 가능성에 초점이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증권의 오현석 선임연구원은 "미국 시장이 경기회복 속에서 긍정적으로 움직여 매도강도가 약화되고 있다"며 "은행 및 내수주의 흐름에서 수출, IT 등 경기민감주에 대한 관심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의 한 주식운용자는 "선물옵션 만기일을 앞두고 프로그램 매매에 연동되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만기일 이후에도 미국 시장의 긍정적인 흐름이 지속된다면 추가 상승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투신사의 간접상품 러시 등 앞으로 국내 기관으로 자금이 얼마나 유입될 수 있을 지가 상승폭을 좌우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그러나 오는 3월 19일 미국에서 금리인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는 점은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