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투자자금의 입맛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 1년여동안의 '안전자산 선호(Flight to quality)'경향에서 탈피,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하는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안전성보다 수익성을 더 중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투자자금의 이같은 선호도 변화는 전세계 경제의 견인차역할을 하는 미국의 경기가 회복세로 접어들었다는 판단을 그 배경으로 한다. 국내 자본및 자금시장에도 이같은 변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채권(국채)및 예금에 몰려있던 돈이 작년 하반기부터 부동산시장으로,올 들어서는 주식시장으로 움직이고 있다. ◇ 채권에서 주식으로 =미국 주식형 뮤추얼펀드는 세계 증시의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들어 이 펀드로 대규모 자금이 이동중이다. 주식형펀드에 최근 한달간 96억달러(한화 12조원)가 순유입됐다. 올들어서만 증가규모는 2백20억달러(28조원)에 달한다. 이는 경기회복에 대한 신뢰감이 확산되면서 위험자산인 주식에 대한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그만큼 높아진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반면 채권의 투자 매력도는 떨어지고 있다. 10년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지난달말 연 4.88%에서 지난 주말 5.23%로 뛰었다(채권가격 하락). 이는 "경기는 이미 회복단계"라고 앨런 그린스펀 연준리(FRB) 의장이 지적했듯이 향후 경기회복으로 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판단한 투자자들이 채권투자 비중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 이머징마켓으로 이동 =국제투자자금이 수익성을 중시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는 전 세계주식시장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다. 이머징 마켓으로 자금이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태국 러시아 멕시코 등 이머징마켓의 주가는 미국 영국 등 선진국 증시보다 훨씬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임송학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들어 동남아 증시로 외국인 자금이 움직이고 있는 조짐이 역력하다"면서 "세계경기 회복의 수혜 정도가 큰 이머징마켓이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거둘 수 있는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위험국'으로까지 인식됐던 일본 증시에도 외국인 자금이 기웃거리고 있다. 지난주 외국인은 도쿄 증시에서 1천1백40억엔(약 1조4천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는 최근 7주동안 최대 규모다. ◇ 국내증시 영향 =단기적으로 중립, 장기적으로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일본과 동남아 증시의 부상은 한국 증시로선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이 분산되기 때문. 최근 외국인의 국내주식 매수세가 급격히 둔화된 데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국내 주식을 팔고 대만 인도네시아에 투자하는 단기성 헤지펀드들도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시장 전반에 대한 국제자금의 투자 심리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점은 한국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이남우 삼성증권 상무는 "국제자금이 운용하는 아시아펀드(일본 제외)에서 한국의 투자비중이 25% 정도를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 한국증시도 수혜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수익성 선호 경향은 은행 보험 등 국내 금융사의 자산포트폴리오 변화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채권에 대한 투자 메리트가 떨어지면서 주식시장으로 기관들의 자금이동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기관의 채권 매도 압력 등으로 지난 한주동안 국고채 금리는 0.50%포인트 급등했다. 반면 올들어 투신권 주식관련 펀드 자금은 4조4천억원이 증가했다. 고객예탁금도 1년10개월여만에 12조원을 넘어서는 등 기관및 개인의 주식투자 비중은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