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예탁금이 22개월여만에 12조원을 돌파했다. 10일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7일 기준 고객예탁금은 12조2천246억원을 기록, 2000년 4월19일(12조122억원)이후 처음으로 12조원을 넘어섰다. 또 사상최고기록인 2000년 3월10일의 12조4천601억원 추월을 목전에 두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예탁금 12조원 돌파를 두고 시중자금이 증시에 몰리는 시그널로 해석하고 중장기적 수급전망을 밝게 봤다. ◆800선돌파 후 예탁금 급증..자금 증시유입 '신호탄' 고객예탁금은 올해 들어 10조∼11조원대를 넘나드는 흐름을 보여왔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1월 고객예탁금 평균은 11조5천600만원이고 지수평균은 730포인트였다. 2월 고객예탁금은 10조7천700억원 수준이었고 지수는 774포인트에서 형성됐다. 그러나 지수가 800포인트를 넘어서며 예탁금은 급증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26일800선 돌파시 고객예탁금은 10조7천472억원에 불과했지만 이달 4일 11조원을 넘어선뒤 연일 급증해 12조원을 단숨에 돌파했다. 따라서 증시전문가들은 지수 800선 돌파 이후 국내증시가 한 단계 레벨업되리라는 전망이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부동자금이 증시에 유입되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현대증권 임병전 연구원은 "800선 돌파와 함께 1천고지를 향한 2차상승의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돈이 증시에 유입되고 있다"며 "예탁금 12조원 돌파는 증시전망을 밝게 해준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황준현 연구원도 "주식매도에 따른 현금화를 제외, 신규유입분만을 따지는 순수고객예탁금도 11조9천억원 수준"이라며 "전체 고객예탁금은 12조원 수준에서 횡보흐름을 보이다 지수상승에 따라 한 단계 더 상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시주변 자금동향도 '긍정적' 예탁금이 12조원을 돌파하는 등 증시수급여건이 한단계 레벨업되는 움직임은 주변 자금시장 동향을 통해서도 파악된다. 투신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투신권의 순수 주식형수익증권 잔고는 5천300억원 이상 불었고 채권혼합형 역시 5조원이상 늘었다. 금리상승에 따라 현재 7%인 혼합채권형내 주식비중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등 투신권은 증시활황의 굳건한 버팀목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투신권 초단기 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에도 1∼2월에 10조2천억원의 신규자금이 들어오는 등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가 진행되며 주식시장의 문을 노크하고 있다. 동원증권 김세중 연구원은 "미국 다우지수는 70년대의 600∼1천포인트 사이 장기박스권을 80년대 초반 상향 돌파한 뒤 1천선이상에 안착했다"며 "이는 금리하락과 주식형 뮤추얼펀드의 급증세가 큰 몫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증시도 저금리 추세하에 주식형 수익증권으로 자금이 유입되면서 주가가 오르는 선순환 구도로 접어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급여건 개선 가속화 전망 증시전문가들은 대세상승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만큼 예탁금 12조원 돌파, 투신권 자금유입 가속화 등 증시수급여건 개선은 한층 더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증권 임병전 연구원은 "지난 99년과 비교해 볼 때 고객예탁금이 12조원을 넘어섰을 경우 1천포인트 이상으로 지수가 상승했어야 하지만 시장규모가 그만큼 커졌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예탁금 대비 지수비교는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입질' 수준에 지나지 않았던 개인투자규모가 예탁금 12조원 돌파라는 신호를 계기로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를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영증권 김정훈 연구원은 "3년전 고객예탁금과 주식형 수익증권 자금유입속도에 비해 현재 증시주변의 유동성 보강 추세는 보잘 것 없을 수도 있다"며 "그러나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도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는 것이 오히려 호재"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경제의 기초체력상 1천포인트 돌파가 낙관적인 만큼 예탁금과 주식형 수익증권으로의 자금 유입은 지수의 고점을 확인하는 후행지표가 아니라 시장의 에너지를 보강하는 선행지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기자 jamin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