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정보통신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 등 IT(정보기술) 관련주에서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전통주로 관심을 옮기는 시장 참여자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시장의 재평가(re-rating) 과정이 진행되고 전세계 철강 조선 기계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갖고 있는 한국업체가 다수 존재하며 이들 제조업체가 그동안 소외돼 왔다는 점에서 이들 업체 주가도 상승 페달을 밟을 때가 됐다고 전망한다. 작년에 꾸준한 오름세를 보였던 현대.기아자동차에 대한 증시의 재평가 작업은 올들어서도 멈추지 않고 있다. 풍산 고려아연 등 비철금속 업체들의 상승세도 견조하다. 포항제철 등 철강업체들은 미국의 수입철강제품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라는 '복병'을 만났지만 바닥권에 있는 철강가격과 세계경기가 완연한 회복세에 놓여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악영향은 제한적일 것(LG투자증권 이은영 연구위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년말 이후 주가가 두 배나 뛴 웅진코웨이는 물론 장기 소외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삼천리 가스공사 등 도시가스 관련주와 현대엘리베이터 삼성중공업 등 조선.기계 업체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철강업종 =미국은 지난 5일 수입철강 제품에 대해 최고 30%의 관세를 부과하는 고강도 긴급수입 제한조치를 발표함으로써 철강업체들의 견조한 주가 상승에도 제동이 걸렸다. 전문가들은 일단 연합철강 동부제강 등 냉연업체들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작년 대미(對美) 철강수출물량은 2백29만t으로 이중 냉연강판이 62만t으로 가장 많기 때문이다. 전체 매출에서 냉연강판 비중이 23% 정도 차지하는 동부제강은 이같은 통상압력에 따른 수출환경 악화에 대비, 이미 고부가가치 전략제품의 판매 증대를 통해 돌파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동부제강은 올해초 개최한 기업설명회(IR)에서 "마진이 작은 범용 냉연제품 및 자동차용 냉연강판의 생산을 축소하는 한편 생산여력을 컬러 및 석도극박강판 등 고부가가치 표면처리 제품의 생산확대에 주력해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을 제시하기도 했다. 핫코일 부문은 포항제철이 미국 현지 생산 및 판매법인인 UPI에 수출하는 핫코일 70만t은 관세부과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알려져 타격이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미국에 대한 수출비중이 3%에 불과한 포철에 대해서는 오히려 주가하락을 저점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굿모닝증권 김미영 연구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비철금속 업종 =작년 11월 이후 주요 원자재 가격의 회복세가 눈에 띈다. 니켈 동 알루미늄 등을 종합한 Eco인덱스(이코노미스트 인더스트리얼 메탈 인덱스)는 작년 11월부터 통상적인 저점인 60 내외에서 반등하면서 3월 현재 70을 바라보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전세게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증대 가능성과 주요 생산업체들의 감산발표에 힘입은 것이다. 대한투신증권 소재용 연구원은 "경기 회복이 당분간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여 올 상반기 중에는 비철금속 가격의 상승 속도는 상대적으로 완만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올 하반기와 내년에는 세계경기 호조에 따른 수요증가로 수급 불균형이 점차 해소되고 동 아연과 같은 일부 상품은 수요부족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보여 주요 비철금속 가격은 보다 큰 폭으로 상승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작년에 매출감소에도 불구, 순이익을 전년대비 4배 가량 늘리는 등 뚜렷한 실적 호전세를 보인 세게 최대 아연제련업체인 고려아연은 담당 애널리스트들의 단골 '매수' 추천 종목으로 부상했다.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더 인정받는 동(銅)제련업체인 풍산은 미국 현지법인 PMX가 올들어 흑자전환하는 등 그동안 주가의 발목을 잡았던 악재가 사라지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익의 질을 꾸준히 높이고 있는 기업의 내적변화에 대해 재평가를 받게 될 것으로 삼성증권 김경중 연구위원은 내다봤다. 자동차업종 =국내 증시는 국내 완성차 업체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원 달러 환율이나 수출실적에 따라 실적이 출렁인다는 지엽적인 이슈에서 벗어나 글로벌 경쟁체제의 어엿한 플레이어(player)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데 점수를 주기 시작한 것이다. 작년말 2만5천원 안팎이었던 현대자동차 주가는 올들어 40% 가량 상승하며 4만원 고지를 넘보고 있는게 좋은 예다. 그런데도 여전히 다른 나라의 경쟁 완성차 업체보다 PER나 EV/EBITDA 등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현저히 저평가 돼 있다는게 애널리스트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올해 국내 자동차 생산은 작년보다 5.6% 증가한 3백17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별소비세 인하와 유가의 하향 안정세, 월드컵 등 각종 국제행사와 선거 특수의 영향으로 내수부문은 1백55만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또 수출은 전략 차종의 투입 증가와 국산차 브랜드 이미지 상승 및 중국과 대만의 WTO(세계무역기구) 가입으로 3.6% 증가한 1백62만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경기회복에 맞물려 자동차 업체의 수익성 개선이 지속될 것으로 점쳐지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대신경제연구소 김상익 연구원은 "그동안 소외됐던 기아차까지 가세하면서 현대차와 기아차 주가의 상승 선.후행성을 통해 업체간 주가 갭(Gap)이 좁혀지는 선순환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올들어 쏘렌토 출시를 계기로 기아차의 목표 주가를 상향하는 증권사들이 늘고 있다. 교보 KGI 굿모닝 등은 기아차 주가가 1만3천~1만4천원까지는 무난하게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