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 불이 붙었다. 활활 타오르는 시장의 발화점은 기술주다. 기술주는 올 들어 실적호전이 두드러지고 있는 대표적인 턴 어라운드(turn around)업종. 올초에 확인된 반도체 경기의 침체 탈출이 신호탄이었다. 반도체는 모든 IT(정보기술)기기에 들어가는 핵심요소다. 반도체의 경기회복은 PC 통신 인터넷 등 모든 IT업종의 턴 어라운드를 확인해주는 대목이었다. 시장의 관심은 이때부터 기술주에 모아졌다. 삼성전자에서 시작된 외국인의 기술주 열기는 삼성전기 LG전자 등 대형주를 거쳐 부품주로 확산되고 있다. 이젠 거래소나 코스닥 가릴 것 없이 기술주를 사들이는 중이다. 특히 코스닥기업중엔 에이디칩스 등 외국인의 매집에 힘입어 연초보다 두배 이상 오른 종목이 적지 않다. 기술주가 시장의 주도주로 다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기술주의 대표주자인 삼성전자는 각 증권사들이 목표주가를 잇달아 올리고 있다. 워버그가 50만원대를 부른 것을 비롯해 대부분 50만원선을 예상하고 있다. 반도체와 LCD 업계의 투자확대는 장비 및 원재료 생산업체의 주가 그래프를 '로켓형'으로 만들었다. 코스닥에 몰려있는 반도체와 LCD 관련주들이 시장의 분위기를 뜨겁게 달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주 랠리는 지금부터'라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상당한 상승폭을 보인 주가 그래프만 보면 이제 조정에 들어갈 시기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시장의 분위기는 정 반대다. 외국인의 움직임에서 이를 알 수 있다. 증권사에는 외국투자자들로부터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증권에만 외국인 요청으로 탐방을 나갈 기업이 1백개사나 밀려 있다. 다른 증권사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외국인의 코스닥 기술주 사냥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대목이다. 외국인은 4일에만 코스닥시장에서 8백억원이 넘는 순매수를 보였다. 지난달 28일까지 합치면 이틀동안 외국인은 1천3백억원어치가 넘는 주식을 사들였다. 올 2월 한달동안 사들인 금액(1천1백억원)을 훨씬 웃도는 규모다. 증권사들도 기술주 종목 발굴에 나서고 있다. 리서치센터를 확대하고, 코스닥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늘리고 있다. "코스닥 종목이 대부분 IT주로 턴어라운드를 하고 있는데다 신규등록종목중 유망기업이 많아 코스닥시장에 주목하고 있다(대우증권 전병서 조사부장)"는 설명이다. 물론 변수는 있다. 기술주는 수출비중이 높다. 원.달러 환율 등 수출환경이 아직 개선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 부담스럽다. 짧은 기간에 주가가 많이 올랐다는 것도 조정의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외국인의 매수세가 지속적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나 팀장은 "외국인이 지난달 주식을 매도했지만 이는 미국 엔론사의 부실회계 문제 등이 이유였지 국내시장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반영된게 아니었다"며 "부실회계 파문 등이 수그러들고 있고 미국의 경기지표가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어 외국인이 주식을 추가로 사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전 부장은 "최근 장세의 특징은 같은 업종 내에서도 실적에 따라 종목간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라며 "성장성이 확인되거나 실적이 우수한 기술주를 중심으로 당분간 상승랠리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