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K텔레콤 한국통신. 시가총액 상위 3개 종목이다. 세종목이 시가총액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라고 하기에 손색이 없다. 이들 종목의 공통점은 한국증시의 대표적인 기술주라는 점이다. 기술주가 한국증시에서 차지하는 무게는 가늠하기 어렵다. 단지 시가총액 상위 20위 가운데 기술주가 7종목이나 랭크돼 있다고 해서만은 아니다. 반도체 D램으로 세계시장을 석권한 삼성전자와 시장 점유율을 낮추기 위해 애를 써야 하는 SK텔레콤은 시가총액 1,2위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시장을 지키고 있다. 디지털가전의 선두를 꿈꾸는 LG전자도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한 업체다. 부품을 공급하는 삼성전기 삼성SDI도 각각 세계시장 점유 1위의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다. 기술주에는 한마디로 한국증시의 간판스타들이 모두 모여 있다고 할 수 있다. 지수 800선 탈환의 1등공신은 역시 삼성전자다. 작년 11월12일 삼성전자는 20만원선을 넘어섰다. 종합주가지수가 500선을 깨고 600대에 진입한게 이로부터 이틀 뒤인 11월14일이다. 지수가 700선으로 들어선 지난 1월2일 삼성전자는 30만원대에 올라섰다. 삼성전자가 지수의 바로미터인 셈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올해 증시의 기상도는 맑음이다. 전자업종의 경기전망이 '쾌청'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반도체는 이제 막 바닥을 지났다. 올초부터 반도체가격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의 처리과정이 아직 변수이긴 하지만 반도체 시장은 삼성전자 등에 유리한 방향으로 재편될 수 밖에 없다. 미국의 경기가 급속도로 회복되고 있다는 것도 청신호다. 전자제품은 미국에 대한 판매비중이 다른 업종에 비해 높은 편이다. 특히 삼성전자 LG전자 등 가전메이커들이 낮은 가격정책에서 탈피, 브랜드가치를 높이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경기회복 여부는 매우 중요한 변수다. 디지털가전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LG전자도 외국인의 꾸준한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 LG전자는 미국의 초대형 평면TV시장을 선점한다는 야심찬 전략을 착착 진행중이다. 삼성전자 역시 매출에서 반도체 비중을 줄이고 휴대폰 가전 등의 비중을 높인다는 전략을 짜놓고 사업구조를 개편했다. 이같은 전략이 세계 경기회복과 맞물린다면 단지 '청사진'의 수준에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전자제품에 대한 수요증가는 이미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경우 PC시장의 70%를 차지하는 기업수요가 작년 4분기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5분기만에 마이너스 행진을 멈춘 것이다. 수요가 계속 줄어들 것이라는 시장 조사기관의 기존 전망치는 완전히 빗나갔다. 최근 디지털TV의 판매가 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디지털TV에는 PC만큼이나 D램이 들어간다. 쉽게 말해 PC만큼이나 큰 D램시장이 하나 더 생긴다는 뜻이다. 완성품의 수요증가는 당연히 부품업체의 수익증가로 이어진다. 완제품 판매가 늘수록 부품수요가 증가한다는 점에서다. 2000년 불황기때 부품업체들이 안고 있던 재고는 거의 바닥이 난 상태다. 세계적으로 쌓인 재고 때문에 작년 내내 수주가 한건도 없었던 삼성전기에 최근 발주물량이 늘고 있다는게 이를 반증한다. 특히 부품업체에 올해는 수익성 개선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소업체가 많다보니 불황기였던 2000년말부터 구조조정에 들어간 기업이 여럿 있었다. 올해부터는 구조조정의 효과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작년 11월들어 부품의 수출증가세가 12달만에 상승추세로 반전했다. 게다가 컴퓨터 반도체 통신장비 등 전방산업의 경기가 급속히 살아나고 있다. 부품업체의 주가 상승폭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대우증권 전병서 조사부장은 "전기전자업종의 주가상승은 곧 한국증시의 상승세를 보여준다"며 "D램의 불황기가 끝났고 디지털TV 컬러휴대폰 등 새로운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는 점에서 전자업종의 올해 전망은 매우 밝다"고 말했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