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 매각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인수주체인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내에서 하이닉스인수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또 미국 현지언론과 투자가들 사이에서도 협상 비관론이 확산되는 조짐이어서 양사간 협상이 조기에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을 경우 마이크론측이 먼저 협상을 중단하고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2일 하이닉스 구조특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마이크론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멤버들 사이에서 "하이닉스 메모리부문을 인수할 필요가 없다"며 인수에 반대하는 입장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협상소식에 정통한 구조특위의 한 관계자는 "통상 인수협상은 늘 반대의견이 뒤따르기 마련이며, 이번 협상과정에서도 마이크론 내에서 반대의견이 강하게 나온 것으로 안다"며 "시간을 끌면 끌수록 마이크론의 인수의지가 약화될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마이크론 내에서는 작년과는 달리 D램경기가 급격히 살아나면서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는 만큼 하이닉스 인수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마이크론이 하이닉스와의 협상 지연으로 삼성전자와 인피니온이 이미 본격화한 300㎜ 웨이퍼 투자에 뒤쳐지고 있는 점에서 적잖은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업계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의 D램시장은 캐퍼(Capacity.생산능력) 경쟁도 의미가 있지만 차세대 300㎜ 웨이퍼 기술을 얼마나 빨리 생산에 적용하느냐가 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마이크론은 하이닉스와의 협상이 본격화된 작년 11월말 당초 계획했던 300㎜ 웨이퍼 투자시기를 연기했다. 300㎜ 웨이퍼 투자는 팹 한개당 30억달러 이상의 자금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현지언론과 투자가들도 회의론을 본격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했다. 하이닉스 유진공장이 위치한 미국 오레곤주 신문인 '레지스터-가드(The Register-Guard)'지는 최근 한 투자분석가의 말을 인용, "마이크론의 하이닉스 인수 가능성은 50% 미만"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마이크론이 하이닉스를 인수하려는 것은 생산비용을 절감하겠다는 뜻이지만 하이닉스 설비 대부분이 노후화돼있어 인수여부가 불확실하다"며 "아마도 마이크론이 하이닉스가 `황혼에 지도록(sink into the sunset)' 놔둘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또 최근 하이닉스 노조의 `독자생존' 지지 움직임이 대우자동차 노조와 `닮은 꼴'이라는 시각을 내보이기도 했다. 마이크론의 본사가 위치한 아이다호주 신문 `아이다호 스테이츠먼(The Idaho Statesman)'은 "마이크론이 협상성사 여부와 관계없이 하이닉스의 자금위기로부터 얻을 이익이 많다"며 "특히 하이닉스가 퇴출될 경우 공급과잉이 사라져 마이크론에게 매우 긍정적"이라는 애널리스트의 분석을 소개하기도 했다. 또 투자전문기관인 사운드뷰는 "마이크론-하이닉스 합병으로 반도체산업이 현저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은 증거가 없는 희망사항"이라며 "인수건이 성사되건 안되건 간에 향후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경고, 마이크론의 주가를 끌어내렸다. 하이닉스 구조특위는 금명간 수정협상안을 마련, 내주초 협상팀을 미국으로 보내 재협상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마이크론 안팎의 기류 역시 심상치 않아 기대만큼의 타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이우탁.노효동기자 rhd@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