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수급 논리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종합지수 800선에 대한 부담이 가중된 가운데 고점을 치고 올라갈만한 뚜렷한 모멘텀이 공급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주가는 뉴욕 증시가 안정되고 하이닉스 처리가 결말을 내기 전까지 760∼800 박스권을 오가며 돌파구를 모색할 전망이다. 주도주와 모멘텀이 부재한 가운데 수급 여건을 결정지을 프로그램 매매, 외국인 매매 패턴 변화, 고객예탁금 증감, 거래량 변동 등에 관심을 두고 박스권에 충실한 매매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지수가 제한적인 움직임을 보일 경우 반도체, 은행주에서 업종대표주로, 이어 중가권옐로칩, 저가대형주, 중소형실적주, 우선주 등으로 옮아가며 전개되는 수익률 메우기 흐름에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 수급 여건 점검 = 수급은 지난 14일 사상 두 번째의 상승폭을 기록한 이후 지수선물과 연계된 프로그램 매매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시장베이시스 움직임이 지수 동선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것. 여기에 관망세를 유지하던 외국인이 매도우위로 방향을 잡았다. 개인은 풍부한 고객예탁금을 바탕으로 '기다리던' 조정을 비중확대의 기회로 삼았다. 지수흐름의 열쇠를 쥐고 있는 기관은 이렇다할 움직임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당분간 이같은 구도가 유지될 공산이 크다. 뉴욕증시가 회계 불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일본발 위기설 역시 진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외국인이 강한 매수세로 돌아서는 데는 한계가 있다. 개인과 기관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기엔 현 지수대가 부담스럽다. 다만 조정 시 매수관점을 유지하는 매수세가 살아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대표적인 후행 지표로 대기 매수 강도를 가늠할 수 있는 고객예탁금은 지난 18일 사상 최대폭의 증가를 보인 이후 11조원대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며 개인의 매수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또 최근 주식관련 간접상품으로 꾸준히 자금 유입이 이뤄지고 있어 기관 매수 여력이 증가하고 있다. 주식에 60% 이상 투자해야 하는 순수 주식형 펀드가 7조원 규모를 넘어선 것. 투신협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현재 투신운용사와 자산운용사의 순수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7조43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말 6조8,128억원에 비해 2,000억원 가량 증가했다. 사상 최저 금리 시대를 맞아 간접상품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증시가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고 부동산에 대한 제재가 가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국민연금은 다음달 중순 6,000억원을 증시에 투입한다. 이밖에 미국의 전체 뮤추얼 펀드에 3주 연속 자금이 유입됐다. AMG데이타베이스에 따르면 지난 13일까지 한 주 동안 4,057개의 펀드가 자금 유입을 나타냈으며 환매 34억달러, 신규 유입 금액은 55억달러를 기록했다. 외국인이 반도체, 금융주 비중을 축소하며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선 가운데 22일 발표될 셋째주 자금 동향으로 외국인의 매매 동향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 반도체에서 통신으로 = 최근 증시는 종목 발굴 작업이 한창이다. 증권사들은 앞다퉈 '실적대비 저평가 종목'을 추천하며 대형주에서 중소형주로 확산되고 있는 매수세를 유도하고 있다. 매기가 이동하며 긍정적인 시장분위기가 유지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그 만큼 주도 종목군이 형성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에너지 분산을 의미한다. 중장기투자자라면 수익률 게임에 동참하되 선도주에 대한 저가매수시기도 탐색해야 한다. 21일 증시에서는 반도체주가 끌어내린 주가를 통신주가 밀어올렸다. 반도체 관련주는 D램 가격 상승 등 호재에도 불구하고 상승 탄력이 둔화됐다. 삼성전자가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 정관 삭제와 관련, 외국인 주주와 마찰을 빚으면서 집중매물을 맞았다. 하이닉스도 엿새 연속 급락, 약세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 통신주는 모처럼 동반 강세를 나타냈다. 최근 장세에서 소외된 모습을 보이던 한국통신공사, SK텔레콤, KTF 등이 가파른 상향 곡선을 그렸다. KTF가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내놓았지만 장기 소외에 따른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업종 전반을 이끌만한 특별한 호재성 재료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통신주 강세가 최근 증시의 흐름 안에 있으며 전면에 부상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이유다. 한편 반등 이후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는 목요일 뉴욕에서는 지난해 12월 무역수지, 주간 신규 실업급여 신청자 수가 발표된다. 컨퍼런스보드는 1월 경기선행지수를 내놓는다. 또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FRB)의 분기별 경기동향 보고서가 나온다. 이들 경제지표가 양호한 수준을 유지, 경기회복 기대를 되살려 회계 우려를 씻어낼 역할을 담당할 지 주목된다. 이밖에 광통신 장비업체인 시에나와 통신 서비스 회사인 넥스텔 커뮤니케이션즈 등이 공개할 지난 분기 실적도 관심이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