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은 국내 최대 화장품 업체다. 라네즈 아이오페 헤라 설화수 등의 강력한 브랜드파워와 탄탄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다른 업체보다 시판과 방문판매 모두 강한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태평양은 지난해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최고의 '미인주'로 떠올랐다. '태평양칩'이란 신조어를 만들어 내면서 '가치주' 열풍을 이끌기도 했다. 태평양의 작년초 주가는 2만7천5백원에 불과했지만 연말엔 13만2천원으로 급등했다. 주가상승률이 자그마치 3백80%에 달했다. 외국인의 '사자'가 대거 몰리면서 연초 26%대에 불과하던 외국인 지분율은 40% 이상으로 높아졌다. 태평양의 주가가 강세를 보인 배경은 펀더멘털(기업 내재가치)이 몰라보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성장성 수익성 재무구조 등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지표 전반이 크게 좋아졌다. 강력한 시장지배력에 힘입어 경기침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영업실적이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보다 22.5% 증가한 9천7백13억원, 영업이익은 30.8% 늘어난 1천6백36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1천1백70억원으로 전년보다 38.2% 증가했다. 방문판매와 백화점 매출 등 고마진 제품의 매출비중이 확대되면서 영업이익률은 전년보다 1%포인트 높아진 16.8%로 계산됐다.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끝마친 대표 기업이라는 점도 태평양의 주가를 한단계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 태평양은 일찌감치 구조조정을 실시, 태평양산업 태평양제약 등 화장품 관련 우량 계열사만을 보유하면서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실질적인 무차입경영으로 재무구조도 탄탄하다. 매출액 대비 5% 내외의 연구개발(R&D) 투자로 국내 화장품 업체중 제품 개발활동을 가장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태평양은 올해 '아모레 퍼시픽'이라는 글로벌 브랜드를 도입,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 유럽 미국 등에 진출해 세계적인 화장품 업체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올들어 태평양 주가는 다소 주춤거리는 모습이다. 지난해 주가 상승폭이 컸던데다 시장의 상승흐름이 경기회복 기대감에 바탕을 둔 경기민감주 중심으로 펼쳐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판시장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경기회복에 따른 판매 증가도 적지 않아 실적개선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가치의 재평가(Re-rating), 구조조정후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장기비전 제시 등으로 주가가 한단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점치고 있다. 다만 신규 진입업체의 증가에 따른 경쟁심화로 성장률은 작년보다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SK증권은 올해 11%대의 외형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했다. 또 영업이익은 13%대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굿모닝증권은 "'아모레 퍼시픽' 브랜드가 성공할 경우 고가제품 중심의 백화점 시장에서 태평양의 위치는 더욱 확고해 질 것"이라며 "고가 화장품은 해외시장에 진출할 토대를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향후 성장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지난해 태평양이 1백50억원에 달하는 추징세를 납부하면서 경상이익이 예상치보다 낮게 나왔지만 올해에는 이익률향상에 힘입어 순이익이 28%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15만원을 목표주가로 제시하고 '시장수익률상회' 의견을 유지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